삼성전자가 내년 TV 라인업에서 프리미엄과 중저가 제품군을 동시에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 TV 업체들이 초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미니LED를 앞세워 프리미엄·중저가 제품에서 글로벌 1위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가운데, 삼성 역시 제품 다변화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부터 7일(현지시각)까지 미국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전시존을 마련, 삼성 아트 TV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고 밝혔다./삼성전자 제공

8일 업계에 따르면 플랫패널스HD 등 복수의 해외 매체는 유럽 지역 부품 유통망과 연동된 외부 데이터베이스(DB)에 S99H·S82H·S83H 등 기존에 없던 모델명으로 보이는 코드가 최근 등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코드는 실제 상품명 공개 이전 단계에서 부품 구성과 제조 적합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는 내부 식별 번호로, 통상 출시 검토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코드만으로는 구체적 사양이나 출시 지역을 단정할 수 없으며, 최종 제품이 기획 단계와 다르게 조정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OLED 라인업에서는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S99H라는 신규 코드가 기존 S95 시리즈보다 상위 등급 모델이 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델 코드에서 'S'는 삼성의 OLED 라인업, 숫자(82·83·95·99)는 등급, 마지막 알파벳 'H'는 2026년형 제품을 의미하는 연도 코드로 쓰인다. 이에 S99H는 '2026년형 최상위 OLED 후보군'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관측의 배경에는 중국 TV 업체들의 추격이 자리한다. TCL·하이센스 등은 초대형 OLED와 고휘도 미니LED 제품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패널 국산화와 부품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생산 단가를 낮춘 데다, 공격적 가격 전략을 결합해 75~98인치 구간에서 삼성·LG와의 격차를 좁히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TCL은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13%에서 19%로, 매출 기준 점유율이 13%에서 16%로 상승했다. 하이센스 역시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14%에서 20%로, 매출 기준 점유율이 13%에서 17%로 확대되며 성장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상위 가격대 라인업을 재정비해 프리미엄 시장 방어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저가 제품군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S82H·S83H 등 WOLED 기반으로 추정되는 중저가 OLED 모델 코드가 다수 포착됐다. WOLED는 백색(White) OLED 광원을 기반으로 색 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패널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중저가 라인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기술이다. 최근 중국산 OLED·미니LED TV가 유럽·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중저가 OLED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저가 OLED 라인업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The Frame)'에서는 98인치 모델 코드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85인치가 최대였던 라인업을 초대형으로 확장하는 신호로 해석되며, 벽걸이 아트 TV 수요가 높은 북미·유럽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미니LED 라인업에서도 QN80H·QN70H 등 중급형 제품군 코드가 포착되면서, 삼성전자가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다층적 라인업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출시 전 제품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며 구체적인 사양이나 출시 계획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매년 CES에서 TV 전략의 윤곽이 공개돼 온 만큼, 업계에서는 2026년 라인업 역시 CES 전후로 보다 구체적 구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저가뿐 아니라 프리미엄과 중저가를 동시에 공략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며 "삼성도 라인업 다층화를 통해 가격·성능 양면에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