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자사 제품 브랜드 '크루셜'의 소비자(B2C) 메모리 사업 부문을 철수한다. 마이크론은 크루셜이란 이름으로 개인용 PC·노트북 등에 탑재할 수 있는 D램·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판매해 왔다. 29년간 이어온 소비자 판매 사업을 중단하고,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용 제품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마이크론은 3일(현지시각) 크루셜 소비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소매업체와 유통업체에 크루셜 소비자 브랜드 제품을 내년 2월까지만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회사는 크루셜 제품에 대한 보증 서비스 등은 지속한다. 이번 사업 재편에 영향받는 인력은 마이크론 내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된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부사장)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크루셜의 여정에 함께해준 수백만명의 고객에게 감사드린다"며 "AI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 성장은 메모리·스토리지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고, 규모가 크고 전략적인 고객을 위한 공급을 개선하기 위해 크루셜 소비자 사업 철수를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 측은 이번 크루셜 소비자 사업 부문 철수 결정이 "지속적인 포트폴리오 개선과 메모리·스토리지 분야의 장기적 수익 성장 전략에 맞춰 사업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마이크론이 소비자 메모리 사업의 축소를 결정한 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는 지난 10월 마이크론에 '무기한 주문'을 요청하고, 가격과 관계없이 납품할 수 있는 만큼의 물량을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마이크론이 미국 내 유일한 HBM 공급 기업으로 AI 시장 확대에 주력하기 위해 '소비자 메모리 사업 축소'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 2분기 기준 삼성전자(15%)를 제치고 HBM 시장에서 21%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에서 HBM 매출이 약 20억달러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는 HBM 연간 매출이 약 8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최근 RBC 캐피털 마켓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재설계 루머가 나온 HBM4(6세대)를 "예정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HBM3E(5세대)와 HBM4를 포함한 HBM 공급 계약이 2026년까지 완료됐다고도 발표했다. HBM4는 내년 2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