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2./엔씨소프트 제공

국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이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2'를 중심으로 재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넷마블 '뱀피르',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위메이드 '레전드 오브 이미르' 등 올해 출시된 주요 신작들이 하향세에 접어든 시점에 아이온2가 등장하며 시장의 수요를 독식하는 모양새다.

3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마블의 '뱀피르'는 지난 7월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넘기며 모바일 매출 1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 앱 DAU(일간활성이용자)가 2만명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9월 도입한 서버 간 대규모 쟁탈전(총상금 500만 다이아)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11월 '아이온2' 출시 이후 신규 유입 속도가 둔화되면서 지표가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 수상작인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5~8월 내내 앱 DAU가 20만명대 중반을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 15만명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장르 특성상 충격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상위권 MMORPG들이 동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낙폭은 위메이드의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에서 확인된다. '언리얼 엔진5′ 기반의 차세대 MMORPG로 관심을 모았던 이 게임은 지난 2월 앱 DAU가 10만490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진입했다. 3월 4만명대, 4월 1만명대 초반까지 줄었고, 9월 말에는 3000명 아래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기준 DAU는 1617명이다. MAU(월간활성이용자) 역시 2월 23만8901명에서 10월 8240명까지 줄며 하락세가 굳어졌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는 경쟁작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출시 직후 앱 DAU가 38만5329명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15만~20만명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고점을 형성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PC까지 포함한 DAU는 150만명을 넘어섰다. 출시 나흘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결제의 90% 이상이 PC에서 발생해 모바일 매출 집계보다 실결제 규모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가 출시 직후 연속 라이브 방송을 통해 논란 요소를 조기에 정리한 점도 지표 유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MMORPG는 동시에 여러 타이틀을 병행하기가 어렵고, 대형 신작 등장 시 기존 게임들의 이용 지표가 일제히 흔들리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며 "아이온2 초반 성과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시장 내 수요 이동이 한층 뚜렷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