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연합뉴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두 차례 상장폐지를 당한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가 최근 태국 최대 거래소 비트컵(Bitkub)에 상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신뢰 회복'이 아닌 "받아주는 곳에 상장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비트컵은 태국 내 점유율은 높지만 글로벌 기준으로는 60~70위권(Tier 3~4)에 머무르는 중소형 거래소로, 주요 거래소 대비 유동성·상장 검증 체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컵의 글로벌 순위는 60위권 밖이다. 거래 규모·핫월렛 구조·심사 기준 등을 고려하면 바이낸스·코인베이스·업비트 등 1·2티어 거래소와의 격차가 뚜렷하다.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비트컵의 표면적인 보유 자산은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대형 코인이 대부분이지만, 세부 지갑 구성에서는 저유동성 코인의 반복 보유가 두드러진다. 특히 '루나 사태'(2022년 스테이블코인 UST 붕괴로 글로벌 시장에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테라·루나 폭락 사건) 이후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서 사실상 거래가 중단된 루나클래식(LUNC)이 비트컵에서만 2060억개 이상이 담긴 단일 지갑이 확인되며, 이외에도 동일한 285억개 단위 잔고가 수십 개 주소에 분산된 기형적 지갑 패턴도 나타났다.

또한 태국 로컬 프로젝트인 제이핀(JFIN)·식스네트워크(SIX)는 각각 600만달러 규모가 비트컵 지갑에 보유돼 있으며, 저시가총액 코인 IOST·ZIL 역시 수억개 단위 잔량이 여러 주소에서 반복적으로 포착된다. 글로벌 대형 거래소 상장에는 실패했지만 태국 시장에서만 대량 거래가 유지되는 '고립 코인'이 비트컵 지갑에 집중된 셈이다. 과거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였던 '오미세고(OMG)'도 한국 업비트 등에서 2023년 상장폐지됐지만 비트컵에서는 2024년까지 거래가 유지됐다.

비트컵 자체 발행 코인 KUB도 지갑에서 약 5600만달러 규모가 확인된다. 2022년 KUB 상장 과정에서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내부자 거래 혐의로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태국 금융당국 역시 거래소 인가만 담당할 뿐, 개별 코인의 유통량·보안·재무 구조·프로젝트 실체는 한국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처럼 정밀하게 검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환경에서 위믹스의 비트컵 상장은 '글로벌 재도약'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는 해킹 사고 원인 규명, 피해 보상, 불성실 공시 논란 등 주요 쟁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위믹스는 지난 5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로부터 재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 플레이브릿지 볼트 해킹 사고, 공시 신뢰성 문제, 피해자 보상 부재 등이 이유였다. 위메이드는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2년 첫 상장폐지 당시에도 법원은 닥사의 자율규제 권한을 인정하며 같은 결정을 내렸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보면 글로벌 재상장 전략이라기보다 피난처 찾기 성격에 가깝다"며 "기술적·보안적 신뢰에 확신이 있었다면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 같은 메이저 거래소를 우선 공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 심사 기준이 느슨한 태국 로컬 거래소를 선택했다는 점 자체가 위믹스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