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CEO가 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김수정 기자

"딥엘(DeepL)은 단순한 언어 인공지능(AI) 기업에서 신뢰받는 기업의 AI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의사소통을 돕는 것을 넘어 조직이 일을 더 잘하도록 돕는 것이다."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최고경영자(CEO)는 2일 서울 강남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딥엘 에이전트를 직접 소개했다. 그는 "딥엘은 한국 시장에 특화된 제품, 파트너십, 고객 지원 전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기업과 지식 근로자가 더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술 기반의 협업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쿠틸로브스키 CEO가 자사 제품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 한국을 찾기는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이다.

독일에 본사를 둔 AI 번역 스타트업 딥엘은 지난 2017년 인공신경망 구조를 기반으로 한 번역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전 세계 228개국에서 20만개 이상 기업과 정부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지난해 3억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평가받았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한국 시장을 딥엘의 아시아 주요 거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아시아는 딥엘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특히 한국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도입 속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언어 AI를 도입해 전 세계와 더욱 깊이 있게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딥엘의 핵심 미션 중 하나"라고 했다.

실제로 딥엘은 올해 국내 주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솔트룩스 이노베이션과는 다국어 번역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에티버스와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KT는 자사 유료 구독 서비스에 딥엘 솔루션을 번들링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난달 출시된 '딥엘 에이전트'와 '딥엘 커스터마이제이션 허브'가 소개됐다. 딥엘 에이전트는 반복 업무 자동화와 문맥 기반 작업 수행을 지원하는 자율형 AI다. 딥엘 커스터마이제이션 허브는 브랜드 용어, 스타일, 번역 메모리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품질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딥엘 에이전트'와 '딥엘 보이스' 등 서비스가 직접 시연되기도 했다. 딥엘 에이전트는 반복 업무 자동화, 문맥 기반 작업 수행을 지원해 고객 관계 관리(CRM), 이메일, 엑셀 등 프로젝트 도구와 연동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딥엘 보이스는 줌,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주요 화상회의 솔루션과 연동되는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영상을 통해 독일어로 이야기한 내용이 영어 목소리로 변환해 나오는 모습이 구현됐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딥엘 에이전트에 관해 "번역 모델에서 축적한 정확도, 맥락, 보안 역량 등을 에이전트에도 적용해 복잡한 기업용 워크플로를 완성했다"며 "초기 베타테스트 결과, 일반 에이전트 대비 더 길고 복잡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한다는 피드백이 많았다"고 말했다. 딥엘 커스터마이제이션 허브에 관해서는 "회사마다 다른 톤·용어·규칙을 번역 과정을 자동으로 적용해, 누가 번역해도 같은 스타일이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개인의 표현 습관까지 반영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어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딥엘은 올해 말까지 70개 언어를 추가해 100개 이상 언어를 지원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유럽연합(EU)의 전 언어와 함께 힌디어, 말레이어, 타갈로그어 등 주요 아시아 언어가 포함된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한국과 아시아 고객에게 직접 딥엘의 장기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 다시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딥엘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언어를 넘어 일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