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TV 출하량이 올 3분기에 급감했다. 중국 정부가 지급하던 TV·가전제품 구매 보조금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센스·TCL·샤오미 등 중국 TV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 침체에 대응해 아시아·호주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내 액정표시장치(LCD) TV 수요 감소를 만회할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북미·유럽 진출도 노리고 있지만, 이 지역은 삼성전자·LG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올 3분기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TV 시장 출하량은 이 기간 762만54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868만700대) 대비 12.2% 감소한 수치다. 이 중 프리미엄 제품군인 OLED TV 출하량은 전체의 0.3%(2만900대)에 그쳤다.
중국 시장은 세계 TV 출하량이 이 기간 0.6% 감소한 것과 비교해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올 3분기 세계 TV 출하량은 5250만대를 기록했다. 옴디아는 중국 TV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두고 "최근 성장세가 정부 보조금을 통해 인위적으로 증가시킨 수요에 얼마나 의존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이란 내수 소비 활성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을 통해 TV·가전을 구매하면 판매가의 15~20%를 보조금으로 준다. 올해에는 기존 1500억위안에서 3000억위안(약 62조원)으로 특별 국채 기금을 늘렸고, 보상판매 대상 제품의 범위도 넓혔다.
이에 중국 내수 시장이 일시적으로 활기를 보였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이구환신 프로그램에 따른 매출은 1조1000억위안(약 228조원)으로 집계됐다. 또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소매 판매도 전년보다 4% 이상 늘었다.
하지만 지난 4~6월쯤 광저우·충칭·간쑤성 등 일부 지역에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올 3분기에 접어들면서 보조금 고갈에 따른 지원 중단 지역이 더 늘어나면서 TV 수요가 줄었고, 중국 내 주요 브랜드의 TV 출하량도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는 게 옴디아의 분석이다.
주요 중국 TV 업체의 올 3분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샤오미 35만3300대(164만8500대→129만5200대) ▲TCL 19만4000대(158만3700대→138만9700대) ▲하이센스 9만8700대(183만8800대→174만100대) ▲스카이워스 5만3400대(147만2100대→141만8700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이미 많은 소비자가 TV를 교체한 점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옴디아 측은 "중국의 TV 수요는 작년에 정부 보조금 지급에 따라 증가했다"면서도 "이미 상당수 TV를 교체한 데다 보조금도 고갈돼 중국 내 출하량은 당분간 제한된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 침체에 대응해 아시아·호주 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옴디아는 이 지역 TV 출하량이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991만3400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다만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가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유럽의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은 작년 매출 기준 OLED TV가 65.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 3분기 유럽 시장의 LC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902만3100대를 기록했다. 반면 OLED TV는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61만8600대로 집계됐다.
올 3분기 누적 출하량 기준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7.9%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P) 감소했다. TCL(14.3%)과 하이센스(12.4%)가 내수 시장 침체에도 2~3위를 기록, 추격에 고삐를 당긴 탓이다. LG전자는 10.6%로 4위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대형 OLED 기술 격차를 1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디스플레이 기술 전문가는 "대형 TV 시장은 결국 패널 경쟁력에 따라 좌우되는데, 중국과 우리나라의 격차가 좁혀지고는 있지만 아직 1년 정도 차이가 난다"며 "탄탄한 내수 수요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시설 투자를 집행하던 중국 TV 업체들은 한국 기업 추격에 속도를 내 왔다. 그러나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라 국내 기업으로선 시간을 번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