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EDA(전자설계자동화) 기업 시놉시스에 약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반도체 설계 분야 협력을 대폭 확대했다. GPU 연산력과 EDA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차세대 설계·엔지니어링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마지막 특별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뉴스1

엔비디아는 1일(현지 시각) 시놉시스 보통주를 주당 414.79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번 협력을 "설계·엔지니어링의 컴퓨팅 패러다임을 재정의할 대규모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엔비디아가 시놉시스의 '고연산 애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 성능을 GPU 기반으로 가속한다는 점이다. 회로 시뮬레이션·전력 분석·타이밍 검증 등 EDA 툴은 본래 방대한 연산을 요구해 수주 단위 시간이 걸리지만, GPU를 쓰면 이를 며칠 또는 몇 시간 단위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신 가지 시놉시스 CEO는 "GPU 기반 가속으로 기존 몇 주가 걸리던 설계 워크로드를 '수 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띄우는 개념은 '에이전틱 AI 엔지니어링(Agentic AI Engineering)'이다. 이는 AI가 수동적으로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 설계, 코딩, 오류 검출·수정 등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회로 설계 자동화, 레이아웃 최적화, 오류 탐지 등 엔지니어 업무 자체를 대체하거나 지원하는 기술로 적용될 전망이다.

이번 계약으로 시놉시스는 엔비디아의 GPU 클러스터를 클라우드 구독 형태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고가의 설계 서버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필요할 때 즉시 고성능 연산력을 쓰는 방식이어서 설계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는 엔비디아 GPU, 시놉시스 EDA 툴, AI 기반 자동설계 솔루션을 묶어 기업 고객에 제공하는 패키지 판매 전략도 추진한다. GPU 구매 고객이 자연스럽게 시놉시스 도구를 함께 사용하도록 생태계를 확장하는 구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NBC 인터뷰에서 "이번 파트너십은 세계에서 가장 계산 집약적인 산업 중 하나인 설계·엔지니어링 산업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 직후 시놉시스 주가는 4.85%, 엔비디아는 1.65%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