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으면 스마트폰, 펼치면 10인치급 태블릿으로 변신."
2일 삼성전자가 서울 강남 삼성스토어에서 공개한 두 번 접는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 트라이폴드(이하 트라이폴드)'의 가장 큰 강점은 휴대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태블릿급 대화면을 구현한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라는 점이었다. 제품을 접은 상태로 처음 쥐었을 때 인상은 "두꺼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가볍다"였다. 접었을 때 두께는 약 12.9㎜, 무게는 309g이다.
일반 바(Bar)형 스마트폰보다는 확실히 두툼하지만 바지 앞주머니에 넣어보니 '휴대가 버겁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세 개 패널에 무게가 고르게 분산돼 한쪽으로 쏠리는 감각도 크지 않았다. 반대로 완전히 펼쳤을 때는 얇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 장으로 나뉜 패널을 펼쳐 하나의 화면으로 이어 붙이면 가장 얇은 부분 두께가 3.9㎜에 불과해, 기존 갤럭시 폴드Z 시리즈 가운데 가장 슬림하다.
◇ 내구성 높인 3단 대화면 폴더블폰
직접 써본 트라이폴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를 상당 부분 허무는 새로운 형태의 디바이스에 가까웠다. 두 개의 힌지가 만들어낸 세 장의 화면이 하나로 이어지면, 더 이상 '큰 스마트폰'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용 경험이 펼쳐진다.
트라이폴드는 기존 '한 번 접는' 폴드 시리즈와 달리 화면을 두 번 접는 3단 구조다. 양쪽으로 나뉜 디스플레이를 가운데로 접는 '듀얼 인폴딩' 방식으로, 완전히 펼치면 약 10인치 대화면이 된다. 힌지는 트라이폴드 전용 '아머 플렉스힌지'가 적용됐고, 힌지 하우징에는 티타늄, 프레임에는 '어드밴스드 아머 알루미늄'을 써 내구성을 끌어올렸다. 강민석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트라이폴드는 20만회 이상 폴딩 테스트를 거쳐, 하루 100번씩 접어도 5년간 쓸 수 있는 수준의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대화면을 살린 멀티태스킹 기능은 이 제품의 존재 이유를 잘 보여준다. 화면을 펼친 뒤 '멀티 윈도' 기능을 켜면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띄울 수 있다. 실제로 왼쪽에는 갤러리 앱, 가운데는 유튜브, 오른쪽에는 포털·메신저 앱을 배치해 써보니, 사진을 길게 눌러 옆 화면으로 드래그해 붙여넣고, 영상을 보면서 관련 내용을 검색하는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었다. 우측 하단 '태스크바(Taskbar)'에는 최근 사용 앱 목록이 표시돼 PC에서 작업창을 전환하듯 앱 간 이동이 빠르게 이뤄졌다. 화면비도 16대 10에 가까워 영상 시청이나 문서 편집 시 태블릿과 비슷한 몰입감을 준다. 다만 구조상 한쪽만 접어 두 개 화면만 활용하는 일명 '책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쉬웠다. 완전히 접거나, 완전히 펼친 두 가지 상태 위주로 쓰게 돼 기존 2단 폴더블에서 양쪽 화면을 나눠 쓰던 사용자라면 적응이 필요해 보였다.
성능도 최상급이다. 스냅드래곤 최신 칩셋을 탑재해 앱 전환과 영상 처리 속도가 빠르고, 발열도 잘 억제됐다. 체험하는 동안 10여분간 연속으로 사용했지만 손에 느껴지는 발열은 크지 않았다. 배터리는 5600mAh로 갤럭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큰 용량이 탑재됐다. 강민석 부사장은 "영상 재생 기준 2시간 연속 사용해도 배터리 잔량이 80%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화면을 완전히 펼친 상태에선 전력 소모가 다소 빠른 편이었다.
◇ 태블릿 UI '삼성 덱스'로 멀티 워크스페이스 구현
갤럭시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 탑재된 태블릿 UI 버전 '삼성 덱스(Samsung DeX)'도 눈에 띄는 변화다. 상단 빠른 설정 창에서 덱스를 실행하면 별도의 모니터를 연결하지 않아도 10인치 화면 안에서 PC와 유사한 데스크톱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펼쳐진다. 덱스 모드에서는 최대 4개의 가상 작업 공간을 만들 수 있고, 각 공간마다 최대 5개의 앱을 동시에 띄울 수 있다. 한 작업 공간에서는 회의 자료를 열어 수정하고, 다른 공간에서는 메신저와 브라우저를 띄워 소통·자료 검색을 이어가는 식으로 업무와 개인 작업을 병행하는 '멀티 워크스페이스' 실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성형 AI 기능도 트라이폴드의 대화면과 결합하면서 활용도가 높아졌다. 사진 앱에서는 피사체를 자연스럽게 보정하고 배경을 재구성해주는 '생성형 편집', 손으로 그린 스케치를 완성된 이미지로 바꿔주는 '스케치 변환' 기능을 넓은 화면에서 여유 있게 쓸 수 있었다. 편집 전후 결과를 나란히 보여주는 '원본 보기' 기능도 10인치 화면에서는 두 이미지를 동시에 띄워 비교하기에 적합했다. 구글의 멀티모달 AI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와의 연동도 강화됐다. 카메라로 문서나 인쇄물을 비춘 뒤 "이 부분만 요약해줘"라고 말하면 해당 내용만 골라 추려 보여주고, 여행지에서 간판이나 메뉴판을 비추면 화면 속 텍스트를 실시간으로 번역·설명해준다. 화면 분할 기능을 활용하면 제미나이 대화창과 원본 웹페이지를 나란히 띄워두고 오가며 질문하는 사용 방식도 가능하다.
◇ 350만원 넘는 가격은 '부담'
가장 큰 단점은 역시 가격이다. 트라이폴드는 16GB 메모리와 512GB 저장용량, '크래프티드 블랙' 단일 색상으로만 출시되며, 출고가는 359만400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3단 폴더블인 화웨이 '메이트 XT'의 국내 판매가(377만~453만원대)와 비교하면 최대 90만원이 저렴하지만, 여전히 일반 플래그십 스마트폰 두 대 값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삼성은 기본 패키지에 카본 실드 케이스와 45W 충전기, 케이블을 포함하고 디스플레이 파손 수리비 50% 1회 지원 등의 혜택을 더해 가격 부담을 일부 상쇄하려 했지만, 체감 가격이 높다는 점은 가장 큰 단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통신사를 배제하고 자급제로만 출시해 통신사 보조금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관건은 시장성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400만원에 육박하는 트라이폴드가 당분간 얼리어답터와 하이엔드 수요를 겨냥한 틈새 제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도 물량도 3000여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이번 제품은 '스페셜 에디션'으로, 대량 판매가 목적이 아닌 (트라이폴드를) 원하는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준비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혁신적인 폼팩터와 강화된 멀티태스킹, AI 기능을 앞세운 트라이폴드가 '실험작'을 넘어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