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전 KT 사장./KT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윤경림 전 사장이 스타트업 창업가로 변신했다.

윤 전 사장은 1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번 KT 차기 CEO 후보 공모에는 응하지 않았다"면서 "당분간은 창업한 회사와 청년들의 벤처 창업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사장은 2023년 3월 KT 이사회에서 차기 CEO 단일 후보로 낙점됐다. 주주총회 의결만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 외풍 논란이 불거지자 20여일 만에 후보직을 내려놓았고, 이 과정이 KT 지배구조 논란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윤 전 사장이 도전하는 영역은 '인공지능(AI) 법률테크'다. 그는 2024년 11월 법률테크 기업인 '에이투디투(A2D2)'를 설립했다. 에이투디투는 그간 외부에는 'AI 전문 경영진이 세운 리걸테크 스타트업'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윤 전 사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창업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에이투디투는 재판 과정에서 쏟아지는 서류·판결문·증거자료 등 방대한 아날로그 법률 데이터를 AI로 디지털화하고, 이를 분류·요약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변호사가 수만페이지에 이르는 기록을 일일이 검토하는 부담을 줄이고, AI가 문서를 자동 구조화해 변호사들이 전략 수립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창업 아이디어는 형사 재판 경험에서 출발했다. 윤 전 사장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만페이지에 달하는 기록과 증거 문서를 직접 들춰보면서 '왜 이 방대한 아날로그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서비스가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AI를 이용한 효율적 서비스로 돈 없고 힘 없는 약자도 대등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윤 전 사장은 KT CEO 선출과정 여파로 송사에 휘말려 아직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2023년 3월 윤 전 사장이 KT 단일 CEO 후보로 확정된 직후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에이투디투는 법무법인 화우 등 대형 로펌과 협력해 실제 사건에 AI 문서 분석 서비스를 적용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달 3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리는 '2025 대한민국 법률 산업 박람회'에도 참가해 자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