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인공지능(AI), 경영, 정책 4박자를 갖춘 실력 있는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더불어민주당 김우영·황정아·이주희 의원)
"KT를 일으킬 새 사장이 와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 측 인사들이 발버둥을 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KT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된 이후 '주인 없는 회사'로 낙하산 논란에 시달려왔다. 이번에는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이사회의 권력 과잉, 정당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이사회가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이끌어 간다면, 결국 외풍이 거세지며 최악의 경우 2년 전 경영 공백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7일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우영·황정아·이주희 의원은 자료를 내고 차기 대표이사 선출을 앞둔 KT를 향해 "파벌 중심 인사 관행을 즉각 중단하고 실력 중심 혁신 리더를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 KT 새노조 등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대표이사의 투명한 선출을 요구했다.
김미영 KT 새노조 위원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현 이사들은 3년 전 CEO 선출과정에서 두 차례 후보가 사퇴한 이후 당시 사외이사들이 일제히 사퇴한 후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2년 전 선임된 KT 사외이사 8명 중 7명에 대한 이야기다. 2023년 초 구현모 전 KT 대표와 윤경림 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반대로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직후 다수의 사외이사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 KT 사외이사 7명은 이때 선임된 인물이다. 이 때문에 현 이사회가 태생적으로 정치권의 영향을 받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구성부터 의구심이 가득했던 현 KT 이사회는 스스로 권력 과잉 행보를 보이며 정당성 논란을 불러왔다. KT 이사회 구성원 중 AI, 통신, 보안 전문가는 없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올해 초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4명에 대해 형식적인 공모 절차만 거친 뒤 전원을 재추천했다. 여기에 이사회는 이달 초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인사나 주요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경우 반드시 이사회와 사전 논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KT가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려면 이사회가 전문성을 갖춘 구조로 재편되고, 후보 선임 과정 전반에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당성이 결여된 이사회가 주도하는 인선 절차는 결국 유능한 리더의 참여를 가로막고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이사회가 교체되면 경영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친이재명 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사회가 구성될 수 있다. 그럼에도 현 이사회에 변화가 있지 않으면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대한 외풍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 가운데 KT 임원 인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KT의 임원 인사는 11월에 이뤄졌다.
한영도 K-비즈니스연구포럼 의장은 "이사회가 자진해서 퇴진하지 않는다면, 결국 KT는 이사회 8명 중 4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까지 시간 끌기만 하다 최악의 경우 외풍으로 경영 공백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당성 없는 이사회가 뽑는 대표이사를 이해관계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만큼 결국 이사회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간만 낭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