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앙 파올로 바씨(Gian Paolo Bassi)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웍스 수석부사장이 서울 삼성동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다쏘시스템 제공

"한국은 데이터센터용 장비와 로보틱스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보유하고 있고,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앙 파올로 바씨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웍스 수석부사장은 최근 서울 삼성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지닌 로보틱스, 중공업, 원전,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고정밀 설계에 최적화된 다쏘시스템의 솔리드웍스가 활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솔리드웍스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면서 "솔리드웍스는 더 이상 설계만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클라우드, 버추얼 팩토리를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라고 했다.

솔리드웍스는 다쏘시스템의 대표 3D CAD(컴퓨터 지원 설계) 소프트웨어로, 기계·제품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도구 중 하나다. 실제 다쏘시스템의 글로벌 CAD 시장 점유율은 44%에 육박한다. 바씨 부사장은 "폭스바겐이 2030년까지 AI에 10억유로(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차량 개발에 다쏘시스템의 솔루션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차세대 솔리드웍스의 AI 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선보인 솔리드웍스의 특징으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의 강화된 연계를 꼽았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3D익스피리언스는 클라우드 기반 3D 설계·시뮬레이션·제조 통합 플랫폼이다. 솔리드웍스와 3D익스피리언스와의 연결이 매끄러워지면서 기업이 3D 설계·시뮬레이션·전장·데이터 관리를 하나의 클라우드 환경에서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바씨 부사장은 "요즘 AI가 큰 화두이지만, 다쏘시스템은 10년 전부터 솔리드웍스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왔다"며 "여기서 말하는 AI 기능은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아니라 거대산업모델(LIM·Large Industry Model)로, 지난 30년 동안 고객과 협력하며 쌓아온 산업 지식을 기반으로 구축된 AI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LIM은 수천에서 수만개 기업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한 LLM과는 다르다"라며 다쏘시스템만의 산업 특화 AI 모델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그는 솔리드웍스의 16가지 AI 기능이 도면 자동 생성, 부품 배치 시뮬레이션, 디피처링(CAD 소프트웨어에서 3D 모델의 불필요한 요소를 자동으로 제거하거나 단순화하는 기능) 등을 지원해 기업의 업무 속도를 높여주고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바씨 부사장은 "도면의 90% 이상이 AI 에이전트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된다"며 "도면을 그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실제 설계보다 최대 3배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기능 향상"이라고 했다.

또 산업 특화 모델이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 구동됨으로써 멀티스케일(multiscale)·멀티피직스(multiphysics)·멀티도메인(multidomain) 설계와 시뮬레이션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멀티스케일 능력을 기반으로 거대한 교량부터 3D 프린팅에 사용되는 금속 합금의 미세 구조까지 다양한 규모에 걸쳐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고 멀티피직스 기능을 통해 고고도 환경에서 비행기와 공기 사이의 상호작용처럼 유체의 거동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다양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열 전달 현상도 분석할 수 있어 열 관리가 중요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제조기업들이 정보 유출이나 해킹을 우려해 기밀이 담긴 공장 현장 데이터를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는 "다쏘시스템의 클라우드 환경은 대부분 제조기업의 온프레미스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보안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리쇼어링(생산시설의 본국 이전·reshoring)과 제조업 부흥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산업 특화 AI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씨 부사장은 "AI는 잃어버렸던 제조 지식을 재구성하고, 정리하고, 전달하는 데 최적화됐기 때문에 주요국이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쏘시스템은 전 세계적인 제조업 활성화를 등에 업고 지난해 매출 11억유로(약 1조8700억원)를 기록했고, 올해는 12억유로(약 2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바씨 부사장은 "10년 안에 매출을 약 24억유로로 2배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쏘시스템은 AI 기반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구현한 기술로,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해 제품·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데 사용된다. 기업은 공장 건설, 자동차 충돌 테스트 등 비용이 많이 들고 현실에서 빠르게 구축하기 힘든 제품이나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해 단점을 보완하고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