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가 국내 PC방 프리미엄 서비스 요금을 다음 달 3일부터 15% 인상한다고 통보하면서, PC방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절차에 착수한다. 협의 없는 가격 인상과 결제수단 강제 전환, 불매 매장에 대한 접속 제한 가능성 언급 등 이른바 '가격인상 갑질' 논란이 확산하자 업계는 "서버 장애 개선 없이 추가 비용만 요구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28일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KIPC)에 따르면, 라이엇게임즈의 요금 인상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이뤄졌고, 인상폭·결제 방식 변경·협박성 접촉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조합 차원에서 공정위 제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은 공정위 제소와 함께 국회를 통한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남궁영홍 KIPC 이사는 "내년 국정감사까지 이어질 사안"이라며 "수년간 누적된 불공정 구조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C방은 e스포츠 생태계의 출발점이며 라이엇 매출의 핵심 기반"이라며 "상생을 강조해온 라이엇게임즈가 한국 PC방을 단순한 '현금 인출기'로 대하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국내 PC방에 프리미엄 요금을 기존 3000시간 기준 64만2000원에서 74만원으로 올린다고 통보했다. 300시간·700시간 등 다른 상품도 모두 15% 안팎으로 인상된다. 기존 신용카드 자동결제는 폐지되고 앞으로는 네이버페이로만 결제하도록 변경된다. 업계는 "수수료 절감 목적의 강제 전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부담도 상당한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요금 인상 적용 시 월 결제 규모가 기존 약 256만8000원에서 296만원가량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합은 매장당 월 30만~35만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PC방 업황 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국내 PC방 수는 2019년 1만1801곳에서 2024년 7243곳으로 약 40% 감소했으며, 실제 영업 매장은 6500곳 이하로 더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PC방 업계 반발의 배경에는 반복된 서버 장애와 부실한 혜택이 있다. 롤(LoL)은 주말·연휴마다 접속 불가 장애가 반복돼 사업주들이 고객 항의를 직접 감당해 왔다. 조합은 "10년 넘게 장애가 이어졌지만 실질적 보상은 없었다"며 "수년간 '서버 개선·보상 약관 명시'를 요구했지만 라이엇게임즈는 '본사에 전달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최근 "요금 인상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장애 개선과 보상"이라고 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상품성도 논란이다. KIPC는 "15년 전 기준으로 설계된 혜택이 지금은 신규 유저 유입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실효성이 떨어져 최근에는 오히려 '가맹 해지를 권유하는 고객'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혜택을 먼저 강화한 뒤 인상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최근 확산 중인 자발적 불매·가맹 해지 움직임을 향한 라이엇게임즈의 대응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합에 따르면, 일부 사업주들이 롤 가맹을 해지하자 "가맹을 풀면 앞으로 게임 접속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이를 "사실상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한 PC방 업주는 "롤은 무료 게임인데 'PC방에서 접속을 막겠다'고 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이자 유통 채널에 대한 압박"이라며 "한국 PC방은 법적으로 게임 설치·운영이 허가된 사업장인데 이를 무시한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