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에 D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내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규 증설한 청주 M15x 팹(Fab·공장)뿐만 아니라 기존 팹의 잔여 공간과 생산 라인의 첨단 공정 전환, 노후 팹 보유 공간까지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생산 능력 확대 계획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증설과 함께 이천 M14 팹의 일부 생산라인 전환 투자, 이천 M16 팹 잔여 공간, 노후 팹인 청주 M8 및 이천 M10 팹 보유 공간 등을 범용 D램 생산 능력 확대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주 M15x 팹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범용 D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범용 D램이 '완판'됐다고 밝혔다. 현재 보유한 생산 능력과 사전에 계획했던 설비 투자로 생산할 수 있는 범용 D램 물량이 모두 판매 완료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요 증가세를 반영해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1.35달러였던 D램 가격은 지난달 말 7달러로 5배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생산 능력이 HBM에 쏠리면서 범용 D램 수요가 3개 기업의 생산량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D램 산업은 AI 중심의 전방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는 업황이 펼쳐질 전망"이라며" 내년 D램 수요는 서버 D램과 HBM 중심으로 확대돼 전체 수요가 올해보다 약 1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AI 서버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집중되면서 델과 HP, 레노버 등 PC 제조사마저 극심한 D램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제프 클라크 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런 속도로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모든 제품의 원가 기반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엔리케 롤스 HP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으로 갈수록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며 "메모리 탑재량을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기존 생산 능력 확대 계획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범용 D램 생산 능력 확대가 웨이퍼 기준 최대 월 7만장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2027년 생산 능력 확대 계획까지 앞당겨 월 10만장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 재배치 등 추가적인 조치를 단행해 생산 계획을 추가로 확대하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내년 10나노급 6세대(1c) D램 등 차세대 D램 생산을 위한 생산 능력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HBM과 범용 D램 등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