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종 SK AX 사장./SK AX 제공

IT서비스 '빅3' 판도가 삼성SDS와 LG CNS, 현대오토에버로 재편되고 있다. 오랫동안 3위였던 SK AX(옛 SK C&C)의 실적이 최근 2년 사이 현대오토에버에 추월당하면서 4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현대오토에버와 SK AX의 매출이 1조원 이상 차이가 나고 있어 현대오토에버가 3위 자리에 안착할 전망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의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2조9293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1788억원으로 같은 기간 17.8% 늘었다. 통상 시스템통합(SI) 업계 성수기가 4분기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오토에버의 연간 매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 AX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8987억원, 영업이익은 141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8%, 49.3%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만 보면 현대오토에버와 1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올해 4분기에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연간 매출도 현대오토에버가 SK AX를 1조원 이상의 격차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정서희

업계 1위인 삼성SDS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3930억원, 영업이익은 7310억원을 기록했고, 2위인 LG CNS는 같은 기간 매출 4조1939억원, 영업이익 3399억원을 올렸다.

IT서비스 기업들은 올해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발판 삼아 AX(AI 전환) 구축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외형 성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공공·민간 AX 수요에 힘입어 주요 기업의 실적이 순항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기업 IT서비스 계열사라는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5%로 높은 편인데, 삼성·현대차·LG·SK 등 제조업 중심인 주요 그룹 내부 AX 수요가 늘면서 IT서비스 기업들도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별로 성장 속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에서 디지털 전환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면서 최근 2년 사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 2021년 4월 현대차그룹 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을 합병해 출범한 현대오토에버의 최근 4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4%에 달했다. 현대차 북미지역 차세대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구축, 머스크(Maersk) 여주 스마트물류 시스템 구축, 그룹사 대상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완성차 판매 시스템 개발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AI와 로보틱스 사업 인프라 확대 전략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이 두드러지면서 당분간 실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뒤 '피지컬 AI 고도화' 협력을 약속한 점도 현대오토에버에 수혜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회사 주가가 장중 10% 이상 치솟기도 했다.

앞서 4년 전 그룹 산하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해 현대오토에버를 합병 출범하고, 디지털 전환 계열사로 지목해 키운 현대차그룹과 달리, SK AX는 2015년 SK㈜에 흡수합병된 이후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SK그룹이 한 발 늦게 AI 중심의 사업 개편에 나서면서 현대오토에버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 AX는 올해 5월 사명을 27년 만에 기존 SK C&C에서 SK AX로 바꾸면서 'AI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리밸런싱(사업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미래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효율과 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다. SK AX는 이와 함께 지난달 말 SK C&C 시절부터 클라우드 부문을 이끌었던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SK AX는 "이번 사장 선임을 통해 국내 주요 산업의 사업 구조와 수익 모델을 AX 중심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김 사장이 그 흐름을 주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SK AX도 공공·금융 분야에서 진행해 온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AX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향후 SK그룹 계열사 AX 일감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벌어진 현대오토에버와 SK AX의 매출 격차를 빠른 시일 내 좁히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면서 고성장 중인 현대오토에버와 달리 SK AX는 이제 본격적으로 AX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성과가 가시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SK AX는 산업별 특화 AX 모델을 고도화하고, AI·클라우드 역량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더욱 높인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