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4년간 LG전자를 이끌어 온 조주완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LG전자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 '2026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류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임원인사는 내년 1월 1일부터, 조직개편은 오는 12월 1일부터 반영된다.
LG전자 측은 신임 대표로 선임된 류 사장에 대해 "생활가전 사업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기반으로 경쟁우위를 달성하고 사업의 견조한 성장을 이끌어 왔다"며 "그간 꾸준하게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해 온 LG 생활가전의 1등 DNA를 전사로 확산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류 사장은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로 입사해 재직 기간의 절반가량을 가전 연구개발에 종사했다. 높은 기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이끌어 온 '기술형 사업가'로 불린다.
◇ "기술 중심 사업가… 본원적 성능 강화"
류 사장은 2021년 1월 LG전자의 핵심 사업인 생활가전을 이끄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다. 2023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4년 말 H&A사업본부가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로 개편되면서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제외한 가전 사업 부문에 집중해 왔다. HVAC는 신설된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가 전담하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HVAC 포함) 연간 매출은 2021년 27조1097억원에서 작년 33조2033억원으로 성장했다. HS사업본부로 재편된 뒤에도 올 3분기 내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
류 사장은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을 이끌며 '본원적 성능 강화'를 강조하며 꾸준한 연구개발(R&D)에 힘썼다. 이를 통해 구매 후에도 지속적인 기능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업(UP) 가전'을 도입하고, 빌트인·부품 솔루션 등 가전 영역의 기업간거래(B2B) 사업 강화를 통한 사업 체질 개선에도 기여했다.
류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백승태 키친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이 HS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백 부사장은 리빙솔루션사업부장·키친솔루션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환경 변화에도 생산지 전략 정교화 등을 추진하며 성과를 올린 점이 신임 HS사업본부장으로 낙점된 배경으로 꼽힌다.
◇ 사장 2명 등 임원 34명 승진
LG전자는 류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사장 2명 ▲부사장 2명 ▲전무 9명 ▲상무 21명 총 34명(인도LG전자 2명 포함)에 대한 승진 인사도 발표했다. 작년(46명)과 비교하면 승진 규모가 감소했다.
은석현 VS(전장)사업본부장과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 측은 "B2B 사업의 양대 축인 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과 HVAC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말 LG전자에 합류한 은석현 사장은 2021년 말부터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장을 맡았다. 미국 관세·전기차 수요 증가 둔화 등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하는 성과를 올렸다. 전기차 부품 및 차량용 램프 사업의 강도 높은 효율화를 통해 경영성과 개선에 기여했다.
이재성 사장은 1987년 금성사 공조기연구실로 입사해 연구개발·상품기획·마케팅·영업·전략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냉난방공조 전문가다. 작년 말부터는 ES사업본부장을 맡았다. ES사업본부는 출범 당시인 작년 4분기 전체 매출의 9% 수준을 담당했지만, 올 3분기엔 12%로 비중이 높아졌다.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증가한 데이터센터 열 관리 수요에 고효율 냉방 솔루션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한 결과다. 회사 측은 "초대형 냉동기 칠러(Chiller)를 앞세운 산업·발전용 공조 사업기회 확보에 더불어 냉난방공조 유지보수 사업을 가속화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기여하는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김진경 SoC센터장 ▲조병하 웹(web)OS플랫폼사업센터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센터장은 차세대 칩 기술 활용한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조 센터장은 웹OS에 기반한 광고 사업의 성장을 이끌 예정이다.
◇ 4개 사업본부 유지하고 '기술 조직' 역할 강화
LG전자는 기존 4개 사업본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본사 조직 가운데 유사·인접 기능조직은 통합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진행한다. 사업본부 단위의 의사결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각 사업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일관되고 지속 가능한 중장기 사업 전략 추진에는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보다 기민한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직 효율화와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가속화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HS사업본부에는 빌트인·빌더 중심인 가전 B2B 사업의 글로벌 확대와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B2B해외영업담당이 신설된다. HS사업본부 산하 빌트인·쿠킹사업담당은 사업부 체제로 조직이 격상됐다. 기존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 로봇선행연구소에서 담당하던 일부 기능을 이관받아 로보틱스연구소도 신설한다. 이재욱 연구위원이 HS로보틱스연구소장을 맡는다. CTO부문 로봇선행연구소 산하에서 휴머노이드로봇 개발을 이끈 인물이다.
MS사업본부는 TV사업부·IT사업부를 통합해 디스플레이사업부로 운영된다. 디스플레이상품개발그룹도 신설된다. 기존 웹OS광고사업실은 담당 체제로 격상한다.
ES사업본부에는 어플라이드사업담당이 신설된다. 데이터센터·원전 등 산업용 냉각솔루션을 포함해 환기·냉장·냉동 등 사업을 전담하는 역할을 한다. 지분투자·인수합병(M&A) 등 기회 발굴을 맡는 ES M&A담당과, 해외 지역의 현지 완결형 사업체제 구축을 지원하는 ES해외영업담당도 신설한다.
CTO부문에는 HS선행연구소를 신설한다. 차세대컴퓨팅연구소도 신설해 양자 컴퓨팅·분산 컴퓨팅·차세대 보안 등 미래 기술의 조기 확보에도 나선다. 전사 AI 전환 가속화를 위해 기존 DX센터와 업무혁신담당은 AX센터로 통합된다. DX센터장을 역임한 조정범 전무가 AX센터장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