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학계에서 중국 논문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연구 분야에서 교수 채용도 활발하고 논문의 양적, 질적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홍성완 서강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6′ 서울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ISSCC 2026에서 중국은 최다 논문 채택 국가 자리를 유지하며 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ISSCC 2025에서 92편의 논문이 채택된 중국은 ISSCC 2026에서는 총 96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반도체 설계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제73회 ISSCC는 내년 2월 15일부터 19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ISSCC에서는 구글과 테슬라, 엔비디아, AMD 등에서 활약하는 3000여명의 학자들과 연구원들이 참여해 연구 성과와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 반도체 산업과 기술을 논의한다. 박준석 삼성전자 수석, 김동균 SK하이닉스 펠로우 등 학계와 산업계 인사가 참석해 최신 반도체 기술 동향을 소개했다.
중국은 강세를 보였던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분과 외에도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인 TD(Technical Directions) 분과에서도 총 4편의 연구 논문이 채택됐다. 이형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기존에 많은 논문이 채택됐던 아날로그 등의 분과 외에도 신규 분과인 메디컬 분과에서도 논문을 등재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56편)에 이어 총 46편의 논문이 채택되며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과에서 총 11편의 논문을 채택시켰다. 삼성전자에서 13편, 카이스트에서 12편의 논문이 등재되며 산업계와 학계에서 고루 논문이 등재됐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채택된 기업에 올랐고, 카이스트는 전 세계 학술 기관 중에서는 중국 칭화대(18편) 다음으로 많은 논문이 채택됐다.
다만, 중국과 달리 한국은 TD 분과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논문이 한 편도 채택되지 못하면서 미래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경하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의 산업 구조 자체가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다"며 "신흥 응용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도 많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연구 과제들을 보면 5년, 10년 후를 바라보는 연구에 대한 자금이 전무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학계, 미국은 산업계가 연구를 주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논문이 고루 채택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 수석은 "중국은 대부분의 논문이 학계에서 나오고, 미국은 AMD 등 산업계가 주도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모빌린트와 퓨리오사AI와 같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술 기관에 채택 논문이 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한편, ISSCC 2026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을 공개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저전력 D램(LPDDR)과 그래픽 D램(GDDR) 솔루션에 대해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