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폰(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에서 구매하는 단말기) 고객 전용으로 내세운 SK텔레콤의 세컨드 통신 브랜드 '에어(air)'가 출시 한 달을 넘겼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보다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3사의 고가 요금제에 지친 자급제폰 이용자를 겨냥했지만, 현재까지 가입자가 최대 6만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급제폰 고객 중심의 알뜰폰(MVNO) 시장을 뒤흔들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업계 우려와 달리 초반 흥행 몰이에는 실패한 셈이다.
◇ 가입 부진에 월 요금 500원 광고까지 내건 SK텔레콤
25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출시한 '에어' 앱의 누적 설치 건수는 6만여건으로 집계됐다. 에어는 앱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앱 설치 건수로 가입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에어 앱 설치 건수는 2만1966건에 불과했지만 11월 들어 앱 신규 설치 건수가 두 배 넘게 늘었다. 에어 앱 설치 건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SK텔레콤이 포인트 혜택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11월부터 SK텔레콤은 월 7GB 요금제(월 2만9000원)의 체감가격이 500원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광고에 나섰다. SK텔레콤은 11월부터 7개월간 한시적으로 보너스팩 포인트(2만1000원)를 받고, 만보기·미션 참여 등을 통해 월 최대 7500원의 포인트를 받으면 월 이용료를 500원 내는 것과 같다고 홍보했다. 실제로 미션 참여 등을 위해 에어 앱에 접속하는 주간활성화이용자수(WAU)도 11월 들어 급증했다. 11월 첫 주 WAU는 1만6388명으로, 10월 마지막주(8383명) 대비 2배가량 늘었다.
◇ 포인트 모두 요금 결제에 활용 막은 게 한계
하지만 업계가 예상했던 돌풍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SK텔레콤이 약속한 포인트를 모두 요금 할인에 이용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월 이용 체감가격 500원이라고 홍보했던 7GB 요금제(월 2만9000원)의 경우 고객이 최대로 할인받을 수 있는 포인트는 5000원에 불과했다. 매달 포인트로 2만8500원을 받아도 월 요금은 2만4000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신 요금 결제에 사용하지 못한 잔여 포인트는 에어 고객 전용 상품몰에서 쇼핑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SK텔레콤 측은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포인트를 요금 결제에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 알뜰폰 고객들을 대거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월 5000원으로 포인트를 이용한 요금 할인을 제한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라고 했다.
◇ 멤버십 혜택·각종 결합할인 부재도 한계
SK텔레콤 에어 가입자가 기대보다 적었던 또다른 원인으로는 각종 결합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들이 해당 통신사의 인터넷을 이용하면 결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알뜰폰을 사용하는 가족들간의 결합 할인도 가능하다. 하지만 에어 가입자는 인터넷 결합할인이나 가족 결합할인 혜택이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알뜰폰 가입자들도 각종 결합 할인에 묶여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월 2만원이 넘는 포인트를 제공한다고 해도 결합 할인 효과를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포인트 제공도 7개월 정도로 한시적이라 에어로 유입을 촉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멤버십 제휴 혜택과 단말기 보조금 제공이 없다는 점도 에어가 가진 한계로 꼽힌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에어가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웠지만 단말기 보조금 제공이 없어 기존 통신사 고객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각종 통신사 멤버십 제휴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SK텔레콤의 방침도 가입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