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시스터즈가 3분기 실적이 악화함과 동시에 주가가 3개월 새 40%가량 급락하고 있다. 회사의 매출 구조가 사실상 '쿠키런'이라는 지식재산권(IP)에 쏠려 있는 가운데 단일 IP 전략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들 모두 '쿠키런' IP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최근 3개월간 38.2% 하락했다. 올해 8월 26일 4만9450원이었던 주가는 전날 3만550원을 기록했다. 3개월 간 가장 주가가 높았던 올해 9월 23일(5만8200원)과 비교하면 47.5%나 급락했다. 데브시스터즈는 현재 주요 게임주 중 최근 3개월 새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주가 급락에는 3분기 실적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데브시스터즈의 올해 3분기 매출은 549억원으로 전년 동기(720억원) 대비 23.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 회사의 경우 2분기까지만 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20억원, 101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지만, 불과 한 분기 만에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번 분기는 캐주얼한 콘텐츠 중심의 업데이트가 배치돼 일시적인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단일 IP 의존 구조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브시스터즈는 그간 대표 IP인 '쿠키런'을 활용해 모바일 러닝 게임으로 시작해 RPG, 퍼즐, 협동 액션 등으로 장르를 다각화하고 있다. 주요 타이틀로는 '쿠키런: 킹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모험의 탑' '쿠키런: 마녀의 성'이 있다.
그러나 '쿠키런: 킹덤' 역시 중국 출시 이후 매출이 초기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대규모 업데이트가 부재하며 '쿠키런: 모험의 탑' 출시 효과가 사라져 3분기 실적이 하락했다. 연내 출시를 예고했던 기대작 '쿠키런: 오븐스매시' 출시일이 내년 3월로 미뤄지며,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됐다.
회사의 주 수입원인 게임 매출은 3분기 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줄었다. 해외 게임 매출은 356억원으로 3.8% 성장했지만, 국내 게임 매출이 134억원으로 62.7% 감소한 영향이 컸다. 다만 비게임 매출이 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며,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인 '쿠키런: 브레이버스'의 북미 시장 매출이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다.
데브시스터즈는 단일 IP 리스크를 우려해 IP 다각화에 나섰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 2023년 신규 IP 기반 게임인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브릭시티'와 슈팅 게임 '사이드불릿'을 선보였다. 그러나 사이드불릿은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는가 하면, 브릭시트는 지난해 4월을 끝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신규 IP가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다시 쿠키런 IP에 집중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단일 IP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 자체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동일 세계관 안에서 신작이 반복적으로 출시될 경우 시장 확대보다는 브랜드 내부의 자기잠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규 타이틀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이용자층을 넓히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던 쿠키런 유저들이 게임 간 이동만 하는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쿠키런이라는 IP는 분명 강력한 무기이지만, 과도하게 한 세계관에 의존하면 장기적으로는 성장 한계와 업데이트 부담이 누적된다"며 "당장의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IP를 발굴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 유저층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