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반도체 핵심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양산 경쟁력 확보를 진두지휘할 기술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에서 수율·양산 안정성 이슈가 누적된 가운데, 회사는 불량 분석·첨단공정·신소자 개발 분야의 핵심 리더들을 전면 배치해 반도체 경쟁력 회복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파운드리 사업부에서는 수율 개선을 위해 핵심 기술 인재를 발탁한 점이 눈에 띈다. 삼성 파운드리는 그간 2·3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수율 확보 지연으로 경쟁력이 흔들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500'이 3나노 수율 확보 실패로 갤럭시 플래그십 제품 탑재가 취소된 것이 대표 사례다. 일부 주요 고객사가 생산 물량을 TSMC로 이전하는 등 성과가 부진했다.

다만 최근에는 공정 안정화와 신규 고객 확보가 동시에 진행되며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4나노 이후 수율 개선 속도가 빨라졌고, 2나노 초기 수율 진전도 관측되는 데다 테슬라 등 빅테크·AI 팹리스 신규 수주가 이어지면서 반등 신호가 포착되고 있어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수율 개선에 필요한 기술 리더들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김영대 삼성전자 부사장./삼성전자 제공

김영대 부사장(파운드리사업부 제품기술팀장)은 웨이퍼 특성 분석과 불량 검증 체계를 고도화해 2·3나노 선단공정의 수율·성능 확보를 지원한 평가·분석 전문가로 승진했다. 정용덕 부사장(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MI기술팀장) 역시 D램·플래시·로직 전 제품의 계측·불량 검사 역량을 통합해 양산 안정성을 높인 점이 인정됐다.

메모리 사업부에서도 HBM·D램·낸드 전 부문에서 '수율·신뢰성 개선' 성과를 낸 인물들이 대거 발탁됐다. 메모리 사업부는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3E 양산에 이어 차세대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HBM4 샘플을 웨이퍼 기준 1만장 단위로 생산하며 수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에서도 이 분야 핵심 인력이 전면에 올랐다.

홍희일 부사장(메모리사업부 D램 PE팀장)은 HBM3E·HBM4, DDR5·LPDDR5x 등 주요 D램 제품의 동작 최적화와 불량 스크리닝을 통해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린 인물이다. 유호인 상무와 이병현 부사장(D램 PA2그룹)은 D1c DRAM 및 HBM4 개발 과정에서 수율·양산성 확보와 고질 불량 제어를 이끌었다. 낸드 분야에서는 노경윤 부사장(플래시 PA1그룹장)이 셀 신뢰성 개선 및 양산성 향상을 위한 신규 공정 도입을 주도하며 차세대 V-낸드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차세대 기술 리더 육성을 위한 소재·패키징 분야 승진도 이어졌다. 이재덕 펠로우(플래시 TD팀)는 고성능 V-NAND용 신소재 개발을 주도했고, 강명길 마스터(로직 TD1그룹)는 GAA·핀펫 등 로직 신소자 연구를 이끌었다. 김재춘 마스터(PKG개발팀)는 AI·HPC용 패키지의 열특성 최적화에 기여했으며, 전하영 마스터(파운드리 공정개발팀)는 초정밀 식각기술 '드라이 클린' 신공정을 통해 3·2·1.4나노 첨단공정 미세화 기술 확보에 기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삼성전자가 '최초' 경쟁보다 확실한 수율 확보와 양산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전략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수율 부족으로 고객 이탈을 겪었지만 최근 신규 수주와 공정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삼성이 현장 기술 리더십 중심의 인사를 단행한 것은 반도체 양대 축에서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