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내년도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 물량을 사실상 완판한 가운데, 베트남 생산 라인의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수요에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가 납품에 성공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FC-BGA 수요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FC-BGA 수요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삼성전기가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C-BGA는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고정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대형화되고 있는 AI 반도체 등에 적합한 차세대 고부가 기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브로드컴과 구글, 테슬라, 아마존, 애플 등을 FC-BGA 고객사로 확보해 현재 생산 능력으로 납품할 수 있는 내년도 물량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FC-BGA를 생산하는 국내 생산 기지 가동률은 최대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내년부터 베트남 생산 라인까지 가동률을 최대치로 높여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는 IT 기기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함께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부가 기판인 FC-BGA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사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삼성전기는 FC-BGA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지난 2022년 베트남에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로 납품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기는 베트남 생산 라인도 내년 가동률을 사실상 최대치로 높여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AI 반도체 생산 확대와 맞물려 FC-BGA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FC-BGA 제조 기업의 생산 능력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기에 FC-BGA를 공급하는 일본 이비덴 등 선두 기업에 수혜가 집중됐지만, 자사 서버 등에 최적화된 주문형 반도체(ASIC)를 제조하고자 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삼성전기의 공급량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C-BGA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생산 라인 추가 증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TSMC의 첨단 패키징(CoWoS) 생산 능력이 공격적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공급 제한은 해소됐지만, 첨단 패키징에 투입되는 FC-BGA 수요도 큰 폭으로 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증설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2027년 이후의 시장 상황을 검토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증설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주력 사업 제품인 MLCC뿐만 아니라 고부가 제품인 AI 반도체용 FC-BGA 공급량도 확대되면서 삼성전기 내년 영업이익도 올해와 비교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도 삼성전기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1501억원으로, 올해 전망치(8891억원) 대비 약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내년도 매출은 전년 대비 13%, 영업이익은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MLCC와 패키지 솔루션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5%,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FC-BGA 수요는 내년에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