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통신 3사 가운데 SK텔레콤만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선언한 SK텔레콤이 정작 이를 뒷받침할 R&D 투자를 축소한 것이다.

◇ R&D 투자 199억원 줄인 SKT… 1282억원 늘린 KT

21일 조선비즈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올해 1~3분기 분기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SK텔레콤만 R&D 지출을 작년보다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의 올해 3분기 누적 R&D 투자액은 약 2734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2933억원) 대비 7%가량 감소했다. 업계는 최근 1000만명이 넘는 AI 서비스 '에이닷'의 월간활성사용자(MAU)를 확보했고,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대표 AI 사업' 정예팀에 선발된 SK텔레콤이 AI 중심의 탈통신 전략 강화를 위해 R&D 투자를 대폭 늘렸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안팎에선 올해 4월 불거진 해킹 여파로 실적 개선을 위한 비용 통제 기조가 R&D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SK텔레콤이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외부 협력을 늘려, 자체 연구개발 지출이 줄어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SK텔레콤은 글로벌 AI 기업 앤트로픽과 지분 투자 및 전략적 협력을 맺고 있고, 국내에서는 'K-AI 얼라이언스'를 통해 AI 모델 개발을 외부 파트너와 공동 수행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분기 간 R&D 비용 증감은 투자 집행 시점에 따른 변동일 뿐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R&D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6G 등 기술 경쟁력과 서비스 혁신 위한 R&D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가대표 AI 사업 정예팀에 선발되지 못한 KT는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R&D 비용을 집행했다. KT의 올해 1~3분기 R&D 지출은 280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523억원)보다 약 85% 늘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999억원) 대비 약 7% 증가한 1066억원을 R&D에 투입했다.

◇ 'AI 컴퍼니' 외친 통신 3사… R&D 투자 1조원 미만

올해 1~3분기 통신 3사 합산 R&D 투자액은 66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44억원)보다 1060억원(약 20%) 증가했다. 투자 규모는 늘었지만 여전히 R&D 총액이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AI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통신사들의 전략이 구호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통신사들은 최근 몇 년간 본업인 유·무선 통신망 확충을 위한 설비투자(CAPEX)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AI 투자로 재원을 돌린다는 명분이었지만, 설비투자 감소분이 고스란히 R&D로 이동한 것은 아니었다. 올해 1~3분기 통신 3사의 합산 설비투자액은 3조69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9724억원) 대비 약 7% 줄었다. 올해 통신 3사의 설비투자 감소액은 2804억원이지만 R&D 증가액은 1060억원에 그쳤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AI 사업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R&D 투자에서 갈리지만, R&D 투자 비중 확대는 단기 실적에는 부담이 된다"면서 "전문경영인의 경우 실적이 안 좋아지면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어 장기적 사업 관점에서 R&D 투자를 늘리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