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다시 경신했다. 4분기 매출 전망도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제시하며 최근 제기된 'AI 투자 둔화'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산업이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강조했고,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반등했다.

엔비디아는 19일(현지시각) 발표한 2026 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에서 매출 570억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달러로 시장 예상치(493억달러)를 상회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조정 EPS(주당순이익)도 1.30달러로 컨센서스(1.25달러)를 넘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마지막 특별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뉴스1

4분기 매출 전망치는 650억달러(±2%)로 제시됐다. 시장 전망치(62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총이익률도 75%(±0.5%)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 CEO는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를 뚫고 나갈 정도이고, 클라우드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완전히 매진됐다"며 "AI 학습과 추론이 서로의 수요를 가속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미 형성됐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이 사실상 '중국 매출 없이' 만들어진 성과라는 점도 강조했다. 회사는 중국 규제 대응용 H20 칩의 3분기 매출이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AI 투자 흐름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황 CEO는 2026년 말까지 블랙웰과 차세대 GPU '루빈' 기반 매출이 총 5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이 500억달러를 넘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해당 로드맵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AI 인프라 시장이 3~4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며, 엔비디아는 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고객군 확장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마존·MS·구글·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를 넘어 오픈AI·앤트로픽·xAI 등 모델 개발사, 팔란티어·SAP·서비스나우·세일즈포스 같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 폭스콘·레노바·도요타·아마존 로보틱스 등 제조·로보틱스 기업까지 수요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황 CEO는 "시장은 빅테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각국 정부와 자율주행 기업, 바이오 스타트업까지 전 산업으로 고객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가상각 부담과 GPU 수명 논란에 대한 질문에도 반박이 이어졌다. 황 CEO는 "엔비디아 GPU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CUDA 생태계 기반 시스템"이라며 "6년 전 출시된 A100도 최신 라이브러리 최적화로 여전히 100%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웰의 높은 가격에 대해서도 "성능당 비용과 전력당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TCO(총소유비용)를 크게 절감한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병목 우려에 대해서는 "TSMC,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과 긴밀히 협력해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며 공급 증가 속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사 GPU를 대체할 수 있는 ASIC(주문형반도체)와의 경쟁 가능성에 "우리는 칩이 아니라 랙·스위치·냉각·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시스템을 제공한다"며 "GPU의 범용성을 대체할 수 있는 ASIC은 사실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2.85% 상승한 186.52달러에 마감했고,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6% 가까이 급등하며 197달러선을 돌파했다. 반면 경쟁사 AMD는 엔비디아 독주 심화 우려에 3% 가까이 하락했다. AI 반도체·전력 인프라·로보틱스·양자컴퓨터 등 관련 테마주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중국 수출 규제와 경쟁 심화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딥워터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는 "엔비디아의 가이던스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오히려 AI 과잉 투자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투자자 반응은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