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개최한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7기 및 졸업사 스타트업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지오로봇은 C랩 아웃사이드 선정 전후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선정 전까지는 '스타트업이니까 열심히 하면 되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면, 2022년 봄부터는 현업을 이해하며 사업을 꾸려가고 있죠. 삼성전자 폴란드 공장에서 로봇을 운영하며 실제 작업자분들의 의견을 청취할 기회를 제공받았기에 가능한 변화였습니다."(강태훈 지오로봇 대표)

"공간을 관리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는 핀포인트는 제품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업용 건물의 가치는 몇천억부터 조 단위까지 올라가다 보니까 실증 테스트를 하기가 어렵죠.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3개 빌딩에서 1년간 저희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에게 큰 자산이 된 경험입니다."(안진혁 핀포인트 대표)

안진혁 핀포인트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삼성전자와의 협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삼성전자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C랩 프로그램에 선정된 후 실질적 혜택과 지원을 받아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행사는 삼성전자가 그간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올린 성과를 공유하고 투자 유치와 사업 협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C랩 아웃사이드 7기에 선정돼 다양한 지원을 받았던 30개 스타트업이 마련한 전시 부스도 별도로 운영됐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C랩은 국내 대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C랩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삼성전자로부터 지원금과 같은 실질적 지원은 물론 다양한 사업부와의 협업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협업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기술을 활용해 자사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고는 한다. AI 기반 시각 장애인 안내 앱을 만든 투아트(C랩 아웃사이드 7기)와 협업해 삼성전자 가전에 부착된 QR코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조수원 투아트 대표는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에서 먼저 찾아 와 시각장애인분들에게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며 "가전제품을 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스마트싱스'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전에 손톱 크기로 붙여진 QR코드를 인식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앱으로 삼성전자 냉장고를 비추면 어떻게 QR코드를 인식해야 하는지 음성으로 가이드가 나온다"며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를 위한 AI 가전 매뉴얼 '모두를 위한 사용법'도 함께 만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개최한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마련된 스타트업 전시장 모습./삼성전자

◇ 2012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959곳에 혜택 제공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도전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2년 12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만들었다. 3년 뒤에는 우수한 사내벤처를 스타트업으로 분사할 수 있는 '스핀오프 제도'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또 2018년 'C랩 아웃사이드'를 신설해 그간 쌓은 사내벤처 육성 경험을 외부로 확대했다. 2023년에는 C랩 아웃사이드를 대구·광주·경북 등 지역으로 확대하며 지역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지금까지 959개(사내 423개·사외 536개) 기업을 육성했다. C랩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기업 수는 내년 10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8월 공개 모집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받은 'C랩 아웃사이드 7기' 30개 스타트업의 경우, 프로그램 기간 총 218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총 34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삼성전자 C랩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대표적인 '개방형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도 사업 협력과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 미래를 개척하는 동반자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사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2025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5곳의 C랩 졸업 기업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자신들이 그간 이룬 성장 이야기를 공유했다. 유영준 뤼튼테크놀로지스 이사는 "'인간 창의성 확장'을 목표로 6명에서 뤼튼을 만들었고,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C랩에 입주했다. 이 기간 시장 전략을 배우면서 베타 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며 "C랩 졸업 후에도 삼성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생성형 AI 서비스로 현재 국내에서 챗GPT와 경쟁하고 있다. 국민 AI 유니콘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C랩 아웃사이드 4기 졸업사인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생성형 AI 플랫폼 스타트업 최초로 누적투자 1300억원을 유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 미래 유니콘 유망 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AI 전환(AX) 사업에 진출해 노동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