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엑시노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될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6′ 시리즈 일반형·플러스 모델에 2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병행 탑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퀄컴 스냅드래곤 칩보다 가격을 20~30달러 수준 낮춰 가성비를 강점으로 AP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의 가격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됐다. 일각에선 하나의 스마트폰 제품에 다른 두 종류의 칩셋이 탑재되면서 출시 국가에 따른 성능 차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엑시노스 2600의 공급단가를 퀄컴 제품 대비 20달러에서 최대 30달러가량 낮춘 수준으로 삼성전자 MX사업부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초도 물량 공급 이후 상황과 소비자, 이동통신사 반응에 따라 후속 공급 물량의 가격 재협상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엑시노스 2600에 실적 개선이 달려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전작인 갤럭시S25의 경우 엑시노스 2500 탑재가 무산되면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모두 실적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후 엑시노스 2500이 갤럭시Z 플립7에 탑재되며 부활의 불씨를 살렸고 엑시노스 2600부터는 재진입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2600이 탑재된 갤럭시S26은 주로 한국 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엑시노스 2600은 업계 최초로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도입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강화한 동시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며 퀄컴의 대항마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엑시노스 2600이 성공적으로 갤럭시 시리즈에 다시 안착하게 될 경우 내년에 출시되는 삼성의 폴더블폰 신제품에도 엑시노스 시리즈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다만 국내외 소비자와 이동통신사가 퀄컴 스냅드래곤을 선호한다는 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부담이다. 갤럭시S25를 비롯해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에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의 '맞춤형 이기종(헤테로지니어스)' 칩 설계 기술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냅드래곤 탑재 모델과 엑시노스 탑재 모델의 실사용 경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모두 모바일 AP 설계에 영국 Arm의 칩 아키텍처 디자인을 사용하지만 칩 설계 방식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에 완전히 최적화한 맞춤형 코어를 직접 설계하는 반면 삼성의 경우 Arm의 기본 디자인을 일부 변형한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실제 스마트폰 환경에서 성능, 전력효율, 연결성 등 실사용 환경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2600이 벤치마크 결과에서 좋은 지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스마트폰에 탑재돼 구동되는 성능은 완전히 별개"라며 "애플이나 퀄컴의 칩이 맞춤형 코어 디자인을 채택해 스마트폰 최적화를 통해 칩 자체의 벤치마크보다 실사용 환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퀄컴으로부터 구입하는 모바일 AP 비용 상승에 고민하던 삼성은 양사의 가격 경쟁을 유도해 모바일 칩 구매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입액은 10조92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8조751억원과 비교하면 25.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