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통(Poi Toong) 테라다인 로보틱스 APAC 부사장이 1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유니버설 로봇 20주년 콜라보레이트 코리아 2025'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이재은 기자

"제조업에서 자동화(automation)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으로 고도화된 자동화 기술과 첨단 로봇이 고숙련 인력 부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푸이통(Poi Toong) 테라다인 로보틱스 APAC 부사장은 1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유니버설 로봇 20주년 콜라보레이트 코리아 2025' 행사에서 "오늘날 자동화 기술은 단순히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단계를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타개할 해결책으로 떠올랐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테라다인 로보틱스는 덴마크 협동로봇 전문기업 유니버설 로봇(UR)과 자율주행로봇(AMR) 기업 미르(MiR)를 보유한 로봇 제조사다. 제조·물류·전자·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군에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자회사인 유니버설 로봇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유니버설 로봇은 협동로봇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지난 2005년 설립 이후 전 세계적으로 10만대 이상의 협동로봇을 판매했고 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푸이통 부사장은 제조업이 크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고급 인력 부족,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와 높은 수요 변동성, 컨베이어 벨트 생산 방식으로 대변되는 '소품종 다량생산'에서 고객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으로의 전환이라는 3가지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변화 속에서 보다 복잡한 생산 과제를 해결하고 자동화 기술을 고도화하려면 인간과 손발을 맞추며 작업하는 첨단 로봇이 필요해졌다"며 "대량 생산 중심의 단순 공정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로 전환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공장에 대형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과 인간, 장비가 공존하는 생산 환경'을 미래 제조업의 청사진으로 제시하면서 물류 피킹·적재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모바일 협동 로봇(코봇·Cobot)이 산업 현장의 자동화 기술 고도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피지컬 AI(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가 미래 제조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품종 소량 생산 환경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아 복잡성이 커지는데, AI를 활용해 이 복잡성을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가 생산 속도, 리드타임(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 납기 준수율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주연 테라다인 로보틱스 한국지사 대표가 1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유니버설 로봇 20주년 콜라보레이트 코리아 2025'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이재은 기자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은 첨단 로봇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주연 테라다인 로보틱스 한국지사 대표는 "한국은 로봇 설치 대수 세계 4위, 로봇 밀도 세계 1위인 '로봇 선진국'이지만 숙련 인력의 고령화에 따른 고급 기술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동화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다인 로보틱스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로봇 설치 대수는 약 3만개, 로봇 밀도는 인구 1만명당 1012대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한국 제조업은 자동화 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첨단 생산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자동화 전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전략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고급 인력과 첨단 로봇 기술의 결합이며,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급망 안정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케빈 뒤마 미르(MiR) 사장이 1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유니버설 로봇 20주년 콜라보레이트 코리아 2025'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이재은 기자

이날 발표자로 나선 자율주행로봇(AMR) 기업 미르(MiR)의 케빈 뒤마 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대규모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배치하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반면 모바일 코봇은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당장 공장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휴머노이드의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테라다인 로보틱스의 연간 매출은 3억6500만달러(약 5340억)이었으며, 이 가운데 유니버설 로봇의 매출이 2억9300만달러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미르의 매출은 7200만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