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KT가 지난 9월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킹 후 KT 가입자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통신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모순적'인 지표가 나타난 셈이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KT의 9월 휴대전화 가입 회선 수는 1369만7079개로, 8월(1369만4981개) 대비 0.015% 증가했다. 회선 수로는 2098개가 늘어난 셈이다. 이는 지난 4월 말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직후 한 달 만에 수십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한 SK텔레콤과 대조적인 결과다.

SK텔레콤의 5월 휴대전화 가입 회선 수는 2249만9042개로, 4월(2292만4260개)보다 1.8% 감소했다. 당시 감소한 휴대전화 회선 수는 42만5218개로, 한 달 만에 4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순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해킹 침해사고를 신고한 9월 8일을 기점으로 가입자가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라고 했다.

통신업계에서는 KT 가입자 이탈이 크지 않았던 배경으로 통신 3사 모두 해킹에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된 점을 꼽고 있다. 지난 9월 당시 SK텔레콤에 이어 KT까지 해킹 사실이 공개됐고, LG유플러스도 해킹 의혹을 받았다. 지난 8월 미국 해킹 전문지 '프랙(Frack)'이 해커가 LG유플러스의 보안 협력사인 시큐어키를 해킹해 확보한 계정정보로 LG유플러스 내부망에 침투했다는 보도 이후 불안감이 확산된 상태였다. LG유플러스는 보안 협력사인 '시큐어키'가 지난 7월 3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시스템 해킹 사실을 신고했지만, 침입 흔적이 없다면서 지난달까지 해킹 사실을 부정해왔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1일 홍범석 LG유플러스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나가고 이틀 뒤인 23일 KISA에 침해사고 신고서를 접수했다.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KT 가입자 이탈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해킹 사고 직후 통신 3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 경쟁을 벌였지만, 현재는 동원할 수 있는 마케팅비 여력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폐지됐지만 마케팅비는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3분기 통신 3사의 합산 마케팅비는 1조974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060억원) 대비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SK텔레콤은 해킹 보상 차원에서 1조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올 연말까지 제공하고 있어 보조금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KT가 위약금 면제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가입자 이탈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는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시점 이후 위약금 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업계는 KT의 위약금 면제 발표가 빠르면 12월 중순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SK텔레콤 사고를 지켜본 똑똑한 가입자들이 KT의 위약금 면제 발표 직후 번호 이동을 하면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2월에 위약금 면제가 발표되더라도 내년 1월이 돼야 보조금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으로 회계연도가 바뀌어야 마케팅비 지출과 관련한 보조금 지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