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LG디스플레이의 2년 연속 흑자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시장 불황에 2022년부터 적자 늪에 빠졌으나, 올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을 이뤄 연간 흑자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이 실적 반등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OLED 시장은 출하량 기준으로 올해 5.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내년에는 더 큰 폭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디스플레이 시장은 출하량 기준으로 올해 대비 2% 수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OLED 시장은 6.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도 전년 대비 5.0% 정도 증가한 10억4307만대의 OLED 패널이 출하될 것으로 추정됐는데, 내년에는 11억626만대로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OLED TV 패널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됐다. OLED TV 패널 출하량은 올해 780만대에서 내년에는 11.9% 증가한 873만대 수준을 형성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4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고 OLED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LG디스플레이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차량용 디스플레이·데스크톱(PC)·스마트폰 시장도 OLED를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차량용 OLED 패널 시장은 전년 대비 56.7% 늘어난 16만7990㎡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에는 이보다 높은 64.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 출하량 기준으로도 내년 차량용 OLED 패널 시장은 63.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 OLED 중심 사업 구조 '안착'

LCD 시장을 주도하며 성장을 이룬 LG디스플레이는 2010년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한 현지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와의 LCD 경쟁을 포기하고 OLED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추진했지만, 이에 따른 막대한 설비 투자금이 발생하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발생한 누적 적자 규모가 5조1558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적자 행보를 3분기에 끊어냈다. OLED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 비중을 높이고, 강도 높은 원가 개선을 이어온 결과다. 올 3분기 전체 매출 중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65%를 달성했다. LCD에서 OLED로의 체질 개선 작업이 안정기에 들어선 셈이다. 이 기간 주요 제품별 매출 비중은 ▲TV 패널 19.1% ▲모니터·노트북 등 IT 패널 37.3%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모바일 패널 34.9% ▲차량용 디스플레이 8.7%로 집계됐다. 회사는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 제품군에서 OLED 패널 출하가 확대되면서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상황과 별개로 OLED 시장은 올 하반기부터 나타난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LG디스플레이가 5~6% 수준의 성장을 보인 올해 시장 상황에서 흑자 전환을 이룬 만큼 내년 수익성은 더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26년 1조 넘는 흑자 달성할 듯"

증권가에서도 OLED 패널 시장의 성장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 개선에 속도가 붙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LG디스플레이의 올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7조2232억원, 영업이익 4256억원이다. 이에 따라 올해 7766억원 규모의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내년 실적 컨센서스 역시 매출은 27조381억원, 영업이익은 1조3144억으로 집계됐다.

LG그룹 차원에서 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LG디스플레이 실적 개선을 앞당길 배경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이노텍 등이 전장 사업에 진출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개발을 협력하며 디스플레이 공급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그래픽=손민균

OLED 패널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감가상각비 반영이 대부분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파주 OLED 공장의 감가상각비 반영은 올해 대다수 종료된다.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역시 절반 이상의 시설에 대한 감가상각비 반영이 지난 7월 끝났다. 내년 상반기 말쯤에는 나머지 생산 라인에 대한 감가상각비 반영도 마무리돼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리키 파크 옴디아 디스플레이 리서치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8.5세대 OLED 공장의 감가상각 종료에 따라 TV 가격의 하락을 전망하며 "생산 비용 절감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은 매력적인 가격으로 대형 디스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본부장은 LG디스플레이의 향후 실적에 대해 "올 3분기부터 북미 전략 고객으로 프리미엄 모델 중심의 공급 확대를 이뤄 3년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OLED 매출 비중이 확대되며 LCD 중심의 사업 구조 대비 수익성 구조가 크게 개선됐고, OLED 감가상각비 축소로 비용 구조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