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5'는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하기 전부터 국내 주요 게임사가 대거 불참했다는 이유로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실제 행사 20주년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국내 참가사가 감소해 규모가 줄었고, 해외 게임사 참여가 늘었지만, 신작이 아닌 기존 작품을 전시했다.

이런 분위기는 행사 개막식에서부터 드러났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개막식은 이례적으로 대통령 축사 없이 비교적 간소하게 끝났다. 앞서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산업 지원과 e스포츠 발전을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스타에 참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참석이 불발됐을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축사를 하지 않았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최휘영 장관도 불참했다.

13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지스타 2025'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날 개막식에는 지스타 공동조직위원장인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 협회장,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박형준 부산시장,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 김병규 넷마블 대표, 김태영 웹젠 대표, 이진형 크래프톤 퍼블리싱 본부장(부사장) 등 게임사 경영진도 참석했다. 이진형 크래프톤 부사장은 "올해 21주년을 맞은 지스타의 새로운 도약을 축하한다"며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독창성과 경쟁력을 갖춘 신작을 지속 선보이며 글로벌 게임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3일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지스타 2025 엔씨소프트 부스 오프닝 세션 개막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개막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에 열린 '오프닝 세션'에 깜짝 등장했다.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에 지스타 현장을 찾았다. 그는 "지스타는 단지 우리의 현재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첫 장면을 함께 여는 무대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세상에 나올 때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세대들이 만드는 문화적 변화속에 선택받을 수 있는 게임일지 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벡스코 전시장은 게임팬들로 북적였다. 지스타는 매년 18만~20만명이 찾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데, 올해도 총 관람객 수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의 전시관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맡은 엔씨소프트는 300부스 규모의 초대형 전시공간을 꾸렸는데, 기대작으로 내세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아이온2' 시연 부스에는 인파가 몰리며 순식간에 긴 대기줄이 생겼다. 일부 관람객은 시연을 해보기 위해 3시간 가까이 기다리기도 했다. 이날 '여기서부터 120분'이라고 적힌 '아이온 2' 대기 안내판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직장인 김모(28)씨는 "평소 게임을 좋아해서 '지스타 2025'에 참석하러 서울에서 KTX 타고 부산까지 왔다"고 말했다. "'아이온2′가 기대작이라고 해서 꼭 시연해보고 싶었다. 다른 부스도 둘러볼 계획이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25' 현장. 크래프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팰월드 모바일'을 시연하고 있다. /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의 '팰월드 모바일' 시연 부스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최대 150분의 대기 시간이 발생했다. '팰월드 모바일'은 일본의 게임 개발사 포켓페어의 '팰월드'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게임 속 신비한 생명체인 '팰(Pal)'의 실물 크기 모형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했는데, 관람객들은 이 모형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체험형 휴게공간 '카페 펍지'에도 팬들이 몰려 한 때 최대 90분의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KARMA)' 등 신작과 웹젠의 '게이트 오브 게이츠' 시연 부스에도 대기줄이 길게 형성됐다. 현장은 시끌벅적했지만 신작 게임을 시연하는 관람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플레이어들도 현장 열기를 한층 띄웠다.

13일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2025'에서 '아이온 2'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플레이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재은 기자

다만 전날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을 포함해 6관왕을 석권한 넥슨을 포함해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가 불참한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대다수 게임사들이 앞서 독일 게임스컴이나 도쿄게임쇼에 참여해 신작을 쏟아낸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지스타에 참석하지 않은 국내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이미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에 참석했기 때문에 연말에는 차기작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게임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행사를 공략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게임 행사 참석에 적잖은 비용이 드는 만큼, 게임사들도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지스타 운영이나 전략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게임사들이 지스타보다 해외 행사를 우선시하는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지스타는 국내 게임사가 빠진 대신 해외 게임사 참여가 늘긴 했지만, 신작은 공개하지 않고 팬 서비스 위주의 체험형 부스만 운영했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가 12년 만에 지스타에 참가해 기대를 모았지만, 신작 없이 기존 작품만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