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전 세계 10대 자동차 기업,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기 기업, 가구 공룡 이케아, 세계 10위 신발 제조사 중 8개사 등 언뜻 보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기업들이 모두 사용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의 3D 기반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이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구현한 기술로,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해 제품·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데 사용된다. 기업은 공장 건설, 자동차 충돌 테스트 등 비용이 많이 들고 현실에서 빠르게 구축하기 힘든 제품이나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해 단점을 보완하고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다.
다쏘시스템은 14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자사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 센터(3DEC)'에서 개최한 미디어 투어에서 "다쏘시스템의 인공지능(AI) 기반 버추얼 트윈 기술은 항공우주, 자동차, 생명과학, 제조, 등 12개 주요 산업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약 2만여개 기업과 협력해 제품 개발과 생산 공정 등 제조 전반의 디지털 전환(DX)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전 세계 여섯 번째로 문을 연 3DEC는 다쏘시스템의 혁신 기술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전시·체험 공간이다.
이날 다쏘시스템은 자동차 산업에서의 버추얼 트윈 기술 적용 사례를 소개하고, 최근 애플의 혼합현실(MR) 기기인 비전 프로를 활용한 시연을 최초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신차 안전을 시험하기 위해 특정 차량 모델의 프로토타입을 마들어 충돌 테스트를 한 번 하는데 약 2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통상 차종당 100번 이상 해야 한다. 김현진 다쏘시스템 파트너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충돌 테스트로 찌그러진 차량을 폐기하는 비용과 수고 등을 최소화하는 게 기업들의 목표"라며 "비추얼 트윈 기술로 가상 환경에서 정교한 쌍둥이를 만들어 충돌 테스트를 하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충돌 테스트를 시나리오별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버추얼 트윈에 AI를 접목해 제품 설계·시뮬레이션·제조·생산·운영 과정에서 최적의 구조와 형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됐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공정과 공급망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학습해 더 스마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조 환경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됐다"며 "AI와 버추얼 트윈의 결합은 더 똑똑하고, 빠르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제조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진 '센스 컴퓨팅' 시연에서는 애플 비전 프로를 활용해 몰입형 3D 환경에서 버추얼 트윈을 직접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앞서 다쏘시스템은 애플과의 손잡고 버추얼 트윈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사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 애플 비전 프로를 통합했다. 비전 프로 전용 '3D 라이브' 앱도 선보였다. 3D 라이브는 설계 모델을 1대1 크기로 구현해 사용자가 실제 제품과 유사한 거리감으로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날 시연에서는 비전 프로를 착용한 다쏘시스템 관계자의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대형 화면을 통해 보여줬다. 화면에는 자동차 설계 도면이나 공장 내부의 가상 모델이 등장했는데, 시연자는 손짓 만으로 제품의 배치를 바꾸거나 특정 기능을 공장 운영에 적용했다. 여러 사람이 원격으로도 동일한 가상 환경에서 동시에 작업하는 게 가능해 팀간 업무 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비전 프로와의 협업은 산업 제조 디자인 분야에서 스페이셜 컴퓨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사례"라며 "애플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매끄럽게 이어지고, 눈과 손,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주변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다"고 했다. 옵틱 아이디를 기반으로 개인 정보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쏘시스템은 11월 한 달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K-POP 스퀘어 미디어에서 '제조산업을 위한 AI(AI for Manufacturing Industries)' 인지도 캠페인도 진행한다. 가상 환경에서 시작된 차량 설계가 실제 제조 공정으로 이어져 완성차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아낸 영상이다.
이번 캠페인은 앞서 영국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개최한 행사의 연장선으로,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 기술을 대중에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는 "다쏘시스템이 글로벌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핵심 기업임을 대중들에게 더욱 널리 알리고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목표"라며 "AI 시뮬레이션, 그리고 버추얼 트윈 경험을 통해 미래 제조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