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겸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회사의 강점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만 주력하지 않고 슈팅, 액션, 서브컬처 등 다양한 장르에서 경쟁력 있고 엔씨만의 색이 뚜렷한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올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25′에서 열린 개막 행사 '오프닝 세션'에서 "MMORPG라는 본질을 새로운 각도로 비추고, 다양한 장르에서도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가 지스타에 직접 참석한 것은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이날 엔씨는 신작 5종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출품작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신더시티'와 '타임테이커스'는 새로운 슈팅 경험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는 판타지적인 감성을, '아이온 2'는 익숙하지만 더 나은 색깔을 지닌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엔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맡아 300부스 규모의 초대형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이번 지스타에서 엔씨는 오는 19일 정식 출시를 앞둔 MMORPG 신작 '아이온2'를 일반에 최초로 공개했다. 자회사 빅파이어 게임즈가 개발 중인 오픈월드 슈팅 게임 '신더시티', 미스틸게임즈의 '타임 테이커즈', 빅게임스튜디오의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 신작 4종도 선보였다.
이날 엔씨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흥행 IP인 호라이즌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MMORPG 신작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즈'도 처음 공개했다. 싱글 플레이 중심이었던 원작과 달리 팀워크와 전술적 전투를 중심으로 하며, 모바일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김 대표는 "호라이즌 만의 매력적인 세계관을 홀로 모험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져 이를 바탕으로 MMORPG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는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시연 후 기립박수를 쳤다"라며 자신한 게임이다. 엔씨와 SIE 자회사인 게릴라 게임즈가 공동 개발 중이며, 빠르면 내년에 출시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금의 게임 산업이 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의 빠른 도입으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몇몇 대작이 시장을 주도하고, 플레이어는 그 흐름을 따라 게임을 소비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라며 "플레이어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플레이 뿐만 아니라 시청, 공유, 창작을 넘나들며 자신들의 경험을 새로운 컨텐츠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세상에 나올 때쯤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세대들이 만드는 문화적 변화 속에 선택 받을 수 있는 게임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스타 2025'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엔씨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 큰 책임과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뜻한다"며 "지스타는 단지 우리의 현재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첫 장면을 함께 여는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게임산업의 변화 과정에서 엔씨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엔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게임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며 "1997년 창사 이래 지금까지 사람들이 함께 웃고 성장하고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엔씨가 빚어온 그리고 빚어갈 게임의 색깔"이라고 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두 번째 적자를 낸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 흥행을 목표로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온2'는 엔씨가 7년간 인력 300여명을 투입해 개발해온 기대작이자, 지난 2017년 전국 PC방 인기 게임 순위 160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전작 '아이온'의 후속작이다.
엔씨는 '아이온2'를 필두로 내년에 신작을 대거 선보여 실적 반등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022년 2조5718억원이었던 엔씨 매출은 지난해 1조578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는 10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6년 매출 목표를 최소 2조원으로 제시한 만큼, '아이온2'을 포함한 신작의 성공 여부가 엔씨의 실적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