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이 경기도 화성시 송동에 조성한 신사옥 '화성캠퍼스'(Hwaseong Campus)를 공식 개관했다고 12일 밝혔다. ASML이 이날 개최한 화성캠퍼스 개관식에는 ASML 고객사·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주한 네덜란드 대사관·파트너사 등 약 80명이 참석했다.
ASML코리아는 지난 2022년 11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과의 협력을 위해 약 2400억원을 투자해 화성캠퍼스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개관한 ASML 화성캠퍼스는 화성시 송동 도시지원시설 용지에 1만6000㎡ 규모로 조성됐다. A동은 지하 4층~지상 11층, B동 지하 4층 ~지상5층 규모다. A동에는 주요 사무 공간이, B동에는 R&R 센터(Repair&Reuse Center)와 트레이닝 센터가 마련됐다.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리소그래피(반도체 표면에 사진 인쇄 기술을 활용해 배선 패턴 등을 만들어 넣는 기법) 장비에 대한 심화 교육이 진행된다. ASML과 고객사 등 연간 약 2000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100여 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교육 프로그램에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심자외선(DUV) 장비도 포함된다. ASML은 향후 '하이(High)-뉴메리컬어퍼처(NA) EUV' 장비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다. 하이 NA EUV는 전 세대 EUV와 비교해 빛의 파장은 같지만 렌즈가 빛을 모을 수 있는 수치를 나타내는 NA를 높인 게 특징이다.
자원 순환과 탄소 저감을 목적으로 마련된 R&R 센터에서는 고객사 수리 대응과 수리 부품 재사용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회사 측은 "장비 유지보수 및 부품 수리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밖에 더 대중교통 및 도보 통근자 지원, 일회용품 사용 제한 등 ESG 원칙을 현장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ASML 화성캠퍼스 건물은 세계 친환경 건축 인증 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와 우리나라 녹색건축 인증제도인 G-SEED를 모두 획득했다. 약 200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연간 약 133.5메가와트시(MWh)의 친환경 전력을 생산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67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화성시에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새로운 화성캠퍼스는 한국 고객과의 신뢰, 혁신, 지속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향한 ASML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위치한 화성시에 있어, 보다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며 "반도체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근접성은 효율적인 기술 이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1984년 네덜란드 벨트호벤에서 설립된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이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으로 생산하고 있다. 1996년 ASML코리아를 설립해 화성·이천·평택 등을 중심으로 장비 판매·유지보수·수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작년 기준 연간 약 4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ASML코리아는 이번 화성캠퍼스 완공과 함께 인력 및 장비의 순차적 이전을 진행 중이다. 2025년 말까지 이전이 완료되면 화성 일대에 분산돼 있던 1500여명의 임직원이 새로운 캠퍼스에서 함께 근무할 예정이다. 최한종 ASML 코리아 대표이사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 함께 일궈온 성과를 바탕으로, 임직원에게 자부심을 주는 자랑스러운 ASML 코리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