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회원국 내 통신망에서 중국산 장비를 사실상 퇴출시키는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5년 전 발표한 '고위험 공급업체 사용 중단' 권고안을 법적 구속력을 가진 규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계획은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회원국은 초고속 인터넷과 5G 핵심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산 장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또 해외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의 자금 지원 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비(非)EU 국가에 대한 지원을 보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U는 이미 화웨이와 ZTE를 '고위험 공급업체'로 지정했으나, 지금까지는 회원국의 자율 판단에 맡겨왔다. 그러나 새 규정이 도입되면 회원국은 집행위의 보안 가이드라인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며, 위반 시 'EU법 위반 절차'에 따른 재정 제재를 받을 수 있다.
EU 내에서는 중국과의 무역·외교 긴장이 고조되면서 통신 인프라가 중국 정부와 연계된 기업의 영향권에 놓이는 것에 대한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마스 레니에 EU 대변인은 "5G 네트워크의 보안은 EU 경제의 핵심 요소"라며 각국에 위험 완화 조치를 서둘러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각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스웨덴과 영국은 수년 전부터 중국산 장비 사용을 금지했지만, 스페인·그리스 등은 여전히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일부 회원국은 통신 인프라 결정권이 EU로 넘어가는 것을 꺼리며, 통신사들도 화웨이 장비가 서방 기업보다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규제 강화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