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개발한 초슬림 3단자 MLCC./삼성전기 제공

세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1위 기업 일본 무라타와 인공지능(AI) 서버용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1위 기업 일본 이비덴이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가운데, 삼성전기의 MLCC·FC-BGA 공급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왔지만, AI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MLCC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전자기기 구동에 필요한 부품이다.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댐' 역할을 한다. FC-BGA는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고정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대형화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적합한 차세대 고부가 기판이라는 평가다.

10일 무라타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 7월 1일 ~ 9월 30일) 실적 발표 통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조6400억엔(약 15조5900억원), 2200억엔(약 2조1000억원)에서 1조7400억엔(약 16조5153억원), 2800억엔(약 2조6576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비덴도 당초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4150억엔(약 4조원), 550억엔(약 5200억원)에서 4200억엔(약 3조9864억원), 610억엔(약 5789억원)으로 올렸다. MLCC와 FC-BGA 시장 성장세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27%, 11% 수준으로 높여 잡은 것이다.

무라타와 이비덴은 AI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MLCC와 FC-BGA 등 핵심 부품 공급량이 늘면서 실적 전망치를 높였다. 무라타는 실적 발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MLCC 제품군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비덴도 "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기의 MLCC·FC-BGA 공급량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4분기는 IT업계 비수기로 가동률이 낮아졌지만, AI 수요는 꾸준히 증가한 영향이다. 삼성전기의 4분기 MLCC 가동률이 90%를 상회한 상태로 유지되면서 사실상 최대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MLCC 수요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삼성전기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15% 이상 확대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용 FC-BGA 가동률도 내년 브로드컴과 구글, 메타,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 공급을 앞두고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12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150억원)과 비교하면 약 85% 증가한 것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동 부품 및 패키지 기판 수요 강세가 강세를 보이면서 삼성전기의 양대 축인 MLCC와 FC-BGA 부문 모두에 우호적인 업황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