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챔피언 T1이 사상 처음으로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롤드컵)에서 쓰리핏(3-peat·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T1은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2025 월즈 결승전에서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우승했다. 사진은 T1 '페이커' 이상혁(오른쪽)./라이엇게임즈 제공

T1이 다시 한 번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T1은 라이벌 KT 롤스터를 세트스코어 3대2로 제압하며 대회 사상 첫 3연속 우승(쓰리핏)과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페이커' 이상혁(29)이 있었다. 데뷔 12년 차의 베테랑은 결승전 전 세트에 출전해 팀의 중심을 잡으며 '롤의 메시',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이름값을 다시 증명했다.

이번 롤드컵 결승전은 한국 통신사 산하 두 구단이 격돌한 사상 첫 '통신사 더비'로, e스포츠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이미 한국 팀 간 결승으로 LCK(한국 리그)의 4연속 월즈 우승은 확정됐지만, '왕조 완성'을 노리는 T1과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 KT의 대결은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1세트에서 T1은 초반 불리한 흐름을 뒤집었다. KT가 '비디디' 곽보성의 라이즈로 퍼스트 블러드(경기 첫 킬)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중반 드래곤 지역 한타(팀 간 전원 교전)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탈리야가 정확한 '지각변동'을 적중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어 아타칸(강력한 전투 버프를 주는 중립 보스 몬스터)과 바론(팀 전투력을 강화하는 보스 몬스터)을 잇달아 가져간 T1은 36분 만에 넥서스를 무너뜨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에서는 KT가 반격했다. '커즈' 문우찬의 바이와 '비디디' 곽보성의 멜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며 전령과 드래곤을 연속으로 확보했고, 한타마다 폭발적인 딜링으로 T1을 제압했다. KT는 안정적인 운영으로 40분 만에 승리를 가져가며 승부를 1대1로 돌렸다.

3세트에서도 KT의 기세는 이어졌다. '커즈' 문우찬의 문도 박사가 전장을 완벽히 버텨내며 교전마다 존재감을 드러냈고, '비디디' 곽보성의 신드라가 결정적인 스킬 적중으로 T1의 핵심 전력을 끊어냈다. 바론 지역 교전에서도 T1의 반격을 모두 받아낸 KT는 36분 만에 승리를 확정지으며 세트스코어 2대1로 앞섰다.

벼랑 끝에 몰린 T1은 4세트에서 반전을 만들어냈다. '페이커' 이상혁의 애니비아와 '오너' 문현준의 녹턴이 오브젝트 싸움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오너' 문현준이 드래곤을 두 차례 연속 스틸하며 주도권을 잡았고, '케리아' 류민석의 레나타가 궁극기로 KT의 진형을 붕괴시키며 교전의 흐름을 바꿨다. 마지막 드래곤 교전에서 T1이 드래곤 영혼(지속 능력 강화 효과)을 획득하면서 전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T1은 29분 만에 KT의 넥서스를 파괴하고 세트스코어 2대2를 만들었다.

월드 챔피언 T1이 사상 처음으로 LoL 월드 챔피언십(월즈·롤드컵)에서 쓰리핏(3-peat·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T1은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2025 월즈 결승전에서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우승했다. LoL 월드 챔피언십 사상 첫 3연속 우승 달성한 T1 LoL 선수단. (왼쪽부터) 김정균 감독, '도란' 최현준,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라이엇게임즈 제공

마지막 5세트는 T1의 왕조를 완성한 경기였다. 초반 '도란' 최현준과 '오너' 문현준이 합작으로 '퍼펙트' 이승민을 잡으며 퍼스트 블러드를 기록했고, 이후 전령과 두 번째 드래곤을 확보하며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세 번째 드래곤 교전에서는 2대2 킬 교환이 이루어졌지만, 아타칸 전투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집중력과 '구마유시' 이민형의 화력이 빛났다. T1은 완벽한 진입과 포커싱으로 KT의 전열을 붕괴시키며 에이스를 띄웠고, 이어 드래곤까지 확보했다. 기세를 탄 T1은 라인 압박을 강화해 KT의 수비를 무너뜨렸고, 마지막 한타에서 KT의 본진을 돌파해 넥서스(상대 본진의 핵심 구조물로, 파괴 시 승리)를 파괴하며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날 승리로 T1은 롤드컵 사상 첫 3연속 우승(2023·2024·2025)과 함께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페이커' 이상혁은 개인 통산 여섯 번째 우승자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2013년 17세의 나이로 데뷔해 첫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KT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창단 13년 만에 처음으로 롤드컵 결승 무대에 오르며 팀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비디디' 곽보성, '커즈' 문우찬, '퍼펙트' 이승민, '덕담' 서대길, '피터' 정윤수 모두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며 세계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로 2022년 DRX, 2023·2024·2025년 T1에 이어 4년 연속 롤드컵 우승을 이어갔다. LCK는 통산 아홉 번째 롤드컵 챔피언을 배출하며 'e스포츠의 왕국'임을 다시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