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분야인) 수리생물학은 한국에서 워낙 생소했기에 교수로 임용되면서도 1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되면서 장기간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고, 수면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취침·기상 시간을 알려주는 인공지능(AI) 수면 관리 기능인 'AI 수면코치'을 개발해 '갤럭시 워치8'에 탑재할 수 있었습니다."
김재경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는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삼성이 개최한 '미래기술육성사업 2025 애뉴얼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인체의 24시간 주기 리듬인 '생체시계'를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수면 질환의 원인을 찾는 연구를 제안해 2019년 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 과학기술로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 세계적인 과학기술인 육성 등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순수 공익 목적의 과학기술 연구지원 사업이다.
삼성은 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 수행 중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과제에 대한 토론을 하기 위해 2014년부터 애뉴얼 포럼을 열고 있다. 삼성은 올해 행사를 외부에 첫 공개해 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의 교류 폭을 넓혔다. '미래과학기술 포럼'을 신설해 참가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기술 동향과 발전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지금까지 국내 880개의 연구 과제를 지원했다. 지난 12년간 1조1419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연구 과제에는 91개 기관과 연구 인력 약 1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약 1200명의 교수뿐만 아니라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1만4000여명에 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실험 장비와 재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단순히 연구비를 기부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 과제 선정과 성과 극대화, 기술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육성 패키지를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삼성으로부터 단계별 전문가 멘토링과 산업계와의 기술 교류, 기술 창업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65개 연구 과제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올해 애뉴얼 포럼 오프닝 세션에서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통해 성과를 창출한 대표 사례 발표가 있었다. 김장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데이터센터의 과부하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반도체 기술을 제안해 2015년 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해당 시스템 반도체 기술은 높아지는 AI 성능에 따른 서버 간 병목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2022년 김 교수가 창업한 '망고부스트'는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하고 있다.
'미래과학기술 포럼'에서는 국내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총 64개의 주제로 발표했다.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 관련 50개 연구과제 발표 세션과 삼성과 학계 전문가가 공동 선정한 '10대 유망기술', '기초과학 분야 AI 활용' 관련 14개 특별 발표 세션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