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분기 1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던 사업지원TF에 대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한 것을 두고 이재용 회장이 본격적인 미래 준비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2인자로 불렸던 정현호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데다 사업지원TF가 사업지원실이라는 상설 조직으로 개편되면서 삼성전자가 내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년보다 빨라진 전격적인 인사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 고위임원의 연쇄이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삼성전자는 사업지원실 사장단과 임원 위촉업무 변경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정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장 보좌역으로, 박학규 사장이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장으로 위촉됐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진단실장(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에 선임됐고, 주창훈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을, 문희동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팀장을 맡는다.
◇ 실적 회복·사법리스크 해소… 위기감 완화에 전격 '세대교체'
그동안 삼성전자의 기둥 역할을 맡았던 DS(반도체)부문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정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 번번히 DS부문의 발목을 잡아 사업을 위축시켰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R&D), 신사업 육성, 인재 영입 등 발빠른 판단이 중요한 첨단 산업에서 재무적 관점 등에 매몰된 의사결정으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지적이다.
올 3분기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는 등 위기감이 완화되면서 전격적인 세대교체 타이밍을 맞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3년여 만에 1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실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도 업계 큰손인 엔비디아 납품에 성공하면서 내년에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된 점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 회장은 10년 만에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쟁력 위축,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 삼성이 전방위적인 위기에 노출되면서 정 부회장이 컨트롤타워를 이끌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 경쟁력도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이제 세대교체 시점이 됐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 예년보다 빨라진 인사 시계… JY, 미래 사업 준비 '착수'
TF 조직을 사업지원실로 상설화하면서 이 회장이 미래 사업 준비를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영 일선에 나서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쇄신을 주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미래 사업 구상에 대한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그룹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사업지원실이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년보다 빨라진 인사 시계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 고위임원의 연쇄이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삼성전자 및 계열사 인사는 11월 중순 이후 단행됐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11월 초에 그룹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기능을 담당했던 사업지원실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선제적으로 단행하면서, 인사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도 접촉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대규모 계약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주에는 벤츠 회장과 만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협업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