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메타코리아·금융감독원 '온라인 사기 예방'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현장 체험을 하고 있다. / 이재은 기자

"고객님 안녕하세요, 삼성증권 법무팀 김지영 부장입니다. 고객님이 가입하신 상품 확인 차 전화드렸는데요, 생년월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선아씨 되시나요? 최근 검거한 범죄 조직에서 이선아씨 명의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대포 통장이 발견됐습니다. "

6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메타코리아 '온라인 사기 예방'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20대 여성 세 명이 나란히 한 테이블에 앉아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팝업스토어에 마련된 금융감독원 전용 부스에서 '목소리를 찾아라!'라는 게임에 참여 중이었는데, 짧은 통화 내역 5개를 듣고 이 중에서 누가 진짜 보이스피싱범인지 맞춰야 했다.

"07학번 동문인데 학교에서 주는 동문 연락처를 통해 전화했다"는 남성부터 가입한 대출의 조건을 안내하는 은행 직원으로 추정되는 여성까지 사례가 다양했다. 일부 음성은 누가 들어도 보이스피싱일 정도로 통화 내용이 어설프고 의심스러웠지만, 몇 개는 실제 은행 직원과 통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고민하다가 대포 통장 관련 통화를 답변으로 선택하자 "정답은 5개 모두 보이스피싱"이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옆에서 함께 체험을 마친 한 여성은 "2~3개가 의심스럽긴 했는데 설마 5개 다 보이스피싱일줄은 몰랐다"며 "평소 신경쓰긴 하지만 앞으로 통화할 때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1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현장에서 체험형 게임에 참여하면 메타코리아에서 준비한 간단한 간식과 라마 인형 키링을 준다는 안내를 받고 들어온 20~30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목소리를 찾아라' 외에도 간단한 OX 퀴즈와 금융범죄 신고·상담 전화번호의 인지도를 높이는 스탑워치 게임을 할 수 있는 코너가 열렸다. 팝업 공간을 둘러싼 벽면에는 메타코리아가 국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만든 스캠(사기 범죄) 예방 캠페인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내가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됐다면 모두 가짜라고 생각하세요" 등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유형의 스캠과 대응법을 소개했다.

6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메타코리아·금융감독원 '온라인 사기 예방'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OX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이재은 기자

이번 팝업스토어는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사기 유형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식별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슬기 메타코리아 대외정책팀 이사는 "이번 팝업스토어는 금융감독원과의 협력을 통해 소비자들이 온라인 사기를 보다 쉽고 명확하게 식별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와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한 메타는 각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유명인 사칭 등 온라인 사기·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왓츠앱 모두 월간활성이용자(MAU)가 30억명을 넘어섰는데, 사용자 기반이 넓은 만큼 범죄 조직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특히 배우, 방송인 등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이나 로맨스 스캠 범죄가 SNS에서 기승을 부리자, 메타도 최근 이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했다. 얼굴 인식 기술은 메타가 공인과 유명인 사칭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한 방어 장치다. 지난해 미국 등에서 일부 유명인을 대상으로 초기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유명인 사칭 탐지·차단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메타 측은 "현재 전 세계 약 50만명의 공인이 이 기술을 통해 초상권 침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내 사칭 광고는 메타의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먼저 탐지되고, 광고 이미지가 의심스럽다고 판단되면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광고 속 얼굴과 실제 유명인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을 비교한다. 이 과정에서 사칭으로 판별되면 해당 광고는 즉시 차단된다.

메타는 AI 등의 탐지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 필리핀 소재 스캠 계정 200만개 이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SNS, 데이팅 앱, 이메일 등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이라는 악명 높은 사기 수법을 사용한다. 피그 부처링은 사기꾼이 온라인에서 피해자와 신뢰 관계(주로 로맨스)를 형성한 뒤, 점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도록 유도해 자산을 모두 가로채는 방식이다. 주로 암호화폐를 이용한다.

이밖에 메타는 AI 기술로 동영상, 이미지, 오디오, 텍스트 등에서 폭력 묘사 등을 감지하고, 안전·보안 분야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약 4만명의 직원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계정과 게시물은 일상적으로 삭제하고 있다.

메타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부 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용자들이 보다 안전한 온라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