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 생산기지 가동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제조 협력사들도 대량 양산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기지 인근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와 애리조나주 등 두 기업의 생산기지가 위치한 지역에 법인, 공장을 세우고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소부장 협력사인 동진쎄미켐과 솔브레인, 에프에스티, 한양이엔지 등은 미 텍사스주에 법인, 생산기지 등을 만들고, 인력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TSMC가 제조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서버에 탑재하는 폭스콘과 위스트론은 미 텍사스와 위스콘신, 캘리포니아 등지에 있는 AI 서버 생산기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SE와 같은 첨단 패키징 협력사도 TSMC의 생산기지가 위치한 애리조나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 동진쎄미켐·솔브레인 등 美 생산 역량 강화

삼성전자는 내년 테일러 팹(fab·공장) 가동을 앞두고 파견 인력을 확정한 뒤, 소부장 협력사에 일부 초도 물량 발주를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년 4월 중 시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소부장 협력사와의 협업에도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등의 첨단 AI 반도체를 수주해 내년 미국 테일러 팹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내년 테일러 팹 공장 가동을 앞두고 삼성전자 본사 인력뿐만 아니라 소부장 협력사도 대거 현지로 이동하고 있다"며 "지난 9월 미국 이민당국이 한국인 노동자를 구금한 '조지아주 사태'가 벌어지면서 최근 삼성전자 측에서 비자 발급에 유의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한 상태"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소재 협력사인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은 텍사스에 신공장을 짓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솔브레인은 약 8000억원을 들여 텍사스에 공장을 건설 중이며, 동진쎄미켐은 7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들여 생산기지를 건립한 가운데, 1억1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추가 투자해 생산 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클린룸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는 한양이엔지도 텍사스에 미국 본사를 세운 뒤, 삼성전자와 테일러 팹 클린룸 공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 부품과 칠러 장비 등을 공급하는 에프에스티도 최근 생산라인에 투입할 인력을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손민균

◇ 대만 폭스콘·위스트론, 美 투자 본격화

애리조나에 100조원이 넘는 생산기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TSMC는 이미 현지에서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고객사의 첨단 AI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애리조나 피닉스 21팹(fab·반도체 생산공장) 근처에 토지를 매입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TSMC의 제조 협력사인 폭스콘과 위스트론, ASE 등도 원활한 지원을 위해 미국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은 4억5000만달러(약 6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텍사스 휴스턴에 차세대 AI 서버 제조 공장을 지을 예정이며, 위스트론은 서버 조립 공장이 위치한 캘리포니아 공장의 투자 계획을 당초 7100만달러(약 1026억원)에서 1억4360만달러(약 2070억원)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ASE도 애리조나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