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최근 코스피 지수 상승에도 게임 회사인 시프트업과 데브시스터즈는 증시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게임사가 핵심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하고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한다. 기존 IP의 부진과 신작 공백으로 당분간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프트업 주가는 최근 3개월간 7.15% 하락했다. 올해 8월 4일 4만1950원이었던 주가는 전날 3만8950원을 기록했다. 올해 10월 17일에는 주가가 3만75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상장 당시 4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시프트업의 3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지분을 줄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집중 매수로 지분율을 7%까지 높였으나 최근 몇 달 사이 대량 매도에 나서며 지분율을 5%까지 낮췄다.

같은 기간 데브시스터즈는 4만4350원에서 4만250원으로 주가가 9.24% 하락했다. 3개월 간 가장 주가가 높았던 올해 9월 17일(5만8200원)과 비교하면 30.84%나 급락했다. 이는 지난 3개월간 코스피 지수가 30.94%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두 게임사는 올해 2분기까지만 해도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7월 코스피에 상장한 시프트업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됐다. 이 회사는 작년 3분기 매출 580억원, 영업이익 356억원으로 시작한 후 올해 2분기 매출 1124억원, 영업이익 684억원을 기록하며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60.7%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데브시스터즈도 올해 2분기 매출 920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8%, 104.4% 증가한 수치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77%로 견조한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왼쪽부터)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이미지. /각 사 제공

그럼에도 두 회사 주가가 최근 부진한 것은 핵심 IP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 성과 둔화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시프트업은 건슈팅액션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와 액션어드벤처게임 '스텔라블레이드'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니케' 중국판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고 '스텔라 블레이드' PC 버전 역시 출시 4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 순위에서 밀려났다. 중국 최대 게임 플랫폼 빌리빌리 인기 순위에서 '니케'는 50위권 밖을 기록 중이며 '스텔라 블레이드'도 스팀 판매 순위 100위 밖으로 떨어졌다.

데브시스터즈는 대표 IP인 '쿠키런'을 활용해 모바일 러닝 게임으로 시작해 RPG, 퍼즐, 협동 액션 등으로 장르를 다각화하고 있다. 주요 타이틀로는 '쿠키런: 킹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모험의 탑' '쿠키런: 마녀의 성'이 있다. 그러나 '쿠키런: 킹덤' 역시 중국 출시 이후 매출이 초기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대규모 업데이트가 부재하며 '쿠키런: 모험의 탑' 출시 효과가 사라지며 3분기 실적 감소가 예고됐다.

신작 부재도 성장 동력을 잃게 만들었다. 시프트업의 후속작 '스텔라 블레이드2'는 오는 2027년 출시가 예상되며 차기작 '프로젝트 스피릿' 역시 같은 해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 작품 모두 일정 지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시프트업은 올 하반기 중 '프로젝트 스피릿'의 개발 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척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데브시스터즈는 연내 출시를 예고했던 '쿠키런: 오븐스매시'를 내년 3월 글로벌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두 게임사의 주가가 최근 하락한 데는 높은 IP 의존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신작 출시가 지연된 상황에서 단일 IP만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