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아마존의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로고./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클라우드 사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기업)'로 불리는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 매출 성장률은 20~40%에 달했다. AI 산업은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데, 대규모 연산 자원을 처리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고성능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IT서비스와 클라우드 기업도 인공지능 전환(AX) 수요에 힘입어 클라우드 사업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지만, 3분기 매출 증가율은 미국 빅테크 대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표 '클라우드 3총사'는 올해 3분기 나란히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3분기 매출이 152억달러(약 2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한때 알파벳(구글 모회사) 내 '만년 적자' 사업으로 여겨졌던 클라우드 사업 부문은 이제 검색 광고에 이어 유튜브와 '캐시카우'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가 클라우드 사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라며 "구글 클라우드는 알파벳 내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회사의 향후 성장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S의 경우 클라우드 사업인 애저(Azure)를 포함한 인텔리전트 사업부 매출이 309억달러(약 44조7000억원)로 1년 사이 28% 늘었다. 이 가운데 애저 사업부의 성장률은 40%에 달해 MS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AWS의 3분기 매출은 330억달러(약 47조7000억원)로 20% 성장해 월가 전망치를 상회했다.

AI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3사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등 주요 AI 기업은 앞다퉈 하이퍼스케일러 3사와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맺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MS와의 독점 계약이 풀리자마자 AWS, 구글 클라우드 등과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앤트로픽도 구글 클라우드와 AWS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 중이다.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 중인 기업들은 성능, 확장성, 보안 측면에서 안정적인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를 선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AWS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AI를 확장하려면 안정적인 대규모 컴퓨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 계획도 클라우드 사업에 호재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2028년까지 AI 관련 인프라 구축에 약 3조달러(약 4천300조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IT서비스 기업과 클라우드 사업자들 역시 실적에서 클라우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빅3' 하이퍼스케일러에 못 미치고 있다. 빅테크처럼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기업이 없는 데다, 그동안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 규모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3분기 미국 관세 정책과 투자 위축의 여파로 매출(3조3913억원)과 영업이익(232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클라우드 사업 매출 만큼은 같은 기간 5.9% 늘어난 6746억원을 기록했다.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 사용이 늘고, 제조업 클라우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LG CNS의 3분기 AI·클라우드 분야 매출은 8795억원으로 1년 전(7950억원)보다 10.6% 늘었다. 회사 측은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AI 데이터센터 사업 수주를 비롯해 베트남우정통신그룹,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과의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 협업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부가 포함된 엔터프라이즈 부문 3분기 매출은 15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 늘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클라우드 인프라가 미흡하기도 했고 관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빅테크처럼 조 단위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어려웠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최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정부의 AI 전환과 공공 재해복구(DR) 사업 확대 기조에 따른 공공 AI 사업 확대로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