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가 지난달 말 공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음악 생성 도구 '사운드트랙 생성(Generate Soundtrack)'./어도비 제공

챗GPT 개발사 오픈AI, 구글, 어도비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음악을 만드는 기술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AI 음악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원하는 느낌의 곡을 한 줄로 적으면 AI가 빠르면 10초 안에 완성도 높은 노래를 생성해내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음악 제작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AI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글이나 말로 한 줄 명령을 하면 AI가 음악을 생성하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 중이다.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텍스트와 오디오 프롬프트(prompt·지시)를 기반으로 하는 도구는 영상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추가하거나 보컬 트랙에 기타 반주를 덧붙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오픈AI는 관련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줄리어드 음대 학생들과 협력해 악보에 주석을 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AI 음악 스타트업 수노(Suno)처럼 원하는 음악을 글로 설명하면 완전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성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가 음악 생성 AI 도구까지 출시하면 텍스트부터 이미지, 영상, 음악까지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콘텐츠 생성 AI 역량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새 도구로 생성된 AI 음악은 오픈AI가 최근 출시한 AI 영상 공유 소셜미디어(SNS) '소라'에 접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까지 참전하면서 구글, 수노 등이 참여하고 있는 AI 음악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AI 음악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생성형 AI 음악 시장 규모는 2023년 4억4000만달러(약 6200억원)에서 2030년 27억9470만달러(약 4조원)로 약 6배 성장할 전망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AI로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음악 제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AI가 마스터링·편집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음악 창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수노는 연간 1억5000만달러(약 2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AI 음악 스타트업이다. '퇴근길에 들으면 힐링이 되는 잔잔한 노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10초 만에 멜로디와 가사가 완성되는 음악 생성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수노의 기업가치는 약 20억달러(약 2조8600억원)로 추정된다.

빅테크 기업 중에는 구글이 지난 2023년 음악 생성 AI 모델 '리리아(Lyria)'를 선보였고 올해 4월 성능을 개선한 두번째 모델을 출시했다. 리리아는 아티스트의 멜로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음악을 보완하거나 변형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구글은 "리리아는 뮤지션 등 음악가와의 협업을 전제로 설계됐고, 텍스트 프롬프트로 음원을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도비는 지난달 개최한 연례 크리에이터 컨퍼런스 '어도비 맥스'에서 명령어 한 줄만 입력하면 영상에 들어갈 맞춤형 배경 음악을 만들어 내는 '사운드트랙 생성'을 공개했다. '여행 다큐멘터리를 위한 평화롭고 사색적인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스타일 곡'과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악기 기반 사운드트랙이 10초 안에 만들어진다. 사용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아도 AI가 영상을 분석해 어울리는 음악의 분위기와, 템포, 에너지 레벨 등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AI 음악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과 저작권 문제는 AI 업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주요 음반사들은 AI 모델들이 노래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이 있는 음원과 가사를 허락 없이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워너뮤직그룹, 유니버설뮤직그룹, 소니뮤직그룹 등 세계 3대 음반사는 수노와 또 다른 AI 음악 스타트업 유디오를 상대로 대규모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빌보드 라디오 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인공지능(AI) 가수' 샤니아 모네(Xania Monet) / 샤니아 모네 인스타그램

일명 'AI 아티스트'(AI가 만든 가상의 뮤지션)가 스포티파이 등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수백만회에 달하는 재생 수를 기록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AI 음악이 스트리밍 수익을 대량으로 잠식하고 가수의 일자리를 뺏을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벨벳 선다운'은 스포티파이에서 100만회 이상의 재생 횟수를 기록하면서 화제의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음악부터 홍보 이미지, 밴드 컨셉트까지 모두 수노 AI로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에는 미국 가수 샤니아 모네(Xania Monet)가 빌보드 라디오 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첫 'AI 가수'가 됐다. 그는 한 레이블과 300만달러 규모의 음반 계약도 체결했다. CNN 방송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14만6000명이 넘는 샤니아 모네는 소비자들이 AI 아티스트를 점점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전했다. 모네는 미시시피 출신 시인 겸 작사가 텔리샤 존스가 만든 AI 가수로, 존스가 쓴 가사를 기반으로 수노 AI의 도움을 받아 모네가 '노래를 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Deezer)는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디저에 게시된 음원 중 28%가 AI 생성 음악이었다"라며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그 수치는 18%에 불과했는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