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가 잇따라 신기능을 내놓으면서 선두주자인 유튜브 뮤직을 쫓고 있다.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는 유튜브 뮤직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과 함께 유튜브 인기 콘텐츠 중 하나인 '플레이리스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오토믹스'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 내 플레이리스트를 '한 곡'처럼… "클럽에 온 것처럼 자연스러워"
오토믹스 기능이란, 노래와 노래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오토믹스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노래가 끝난 후 1~2초가량 정적이 이어진 이후 다음 곡이 재생된다. 하지만 오토믹스 기능을 쓰면 이전 노래의 마지막 구간과 다음 노래의 도입부를 마치 하나의 노래처럼 이어준다. 애플뮤직의 경우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노래를 이어주고,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직접 구간과 효과를 선택할 수 있다.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의 오토믹스 기능을 비교해 봤다. 애플뮤직은 지난 9월 iOS26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을 정식으로 선보였고, 스포티파이는 지난 8월 기존 사용자 설정 기능을 추가한 오토믹스 기능을 내놨다. 두 서비스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주제곡 중 하나인 '골든(Golden)'과 걸그룹 아이브의 노래 '아이엠(I AM)'을 연이어 재생했다. 두 노래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 설정된 오토믹스 기준으로 애플뮤직이 스포티파이보다 더 자연스럽게 노래를 연결해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파티에서 DJ가 노래를 틀어주는 것처럼 두 음원이 하나의 음원처럼 들려 분위기가 고조되는 효과가 있었다. 스포티파이의 경우 사용자 설정 없이 기본 오토믹스 기능을 활용하면 구간이 이어지긴 하지만 두 노래를 억지로 붙여놓은 듯했다. 다만 사용자 설정 기능을 이용하면 개인 취향에 맞춰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서비스의 오토믹스 기능을 사용했다는 가입자들은 "클럽 같다"거나 "출근할 때, 러닝할 때 노래 한 곡을 켜두면 플레이리스트대로 자연스럽게 노래가 흘러가니 하루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라고 했다.
◇ 신기능 발표에도 MAU는 유튜브 뮤직이 압도적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는 유튜브 뮤직보다 낮은 가격을 앞세우고 있다. 한 달 1인 기본권 기준으로 유튜브 뮤직은 1만4900원, 애플뮤직은 월 8900원, 스포티파이가 8690원이다.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가 4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음원 스트리밍 시장 내 영향력은 유튜브 뮤직이 절대적이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유튜브 뮤직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10만8439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포티파이는 169만4264명, 애플뮤직은 11만3202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유튜브 뮤직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유튜브 프리미엄' 때문이다. 유튜브는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을 끼워서 상품을 팔고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마치 유튜브 뮤직을 공짜로 쓰는 듯한 효과가 있다. 여기에 통신사 요금제와 연계해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유튜브 뮤직에는 '오토믹스' 기능이 없지만, 유튜브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음악 채널을 통해 테마에 맞춰 고른 음악을 연결해 둔 플레이리스트를 볼 수 있다. 유튜브 뮤직 앱에서는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도 재생할 수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토종 기업들이 장악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유튜브가 유튜브 뮤직을 끼워팔면서 대다수가 본의 아니게 유튜브 뮤직 가입자가 돼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에 수시로 접속하는 시대에 같은 플랫폼에서 음악까지 듣는 격"이라며 "시장이 이미 굳어진 상황에서 다른 기업이 가입자를 뺏어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