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소맥' 러브샷을 하며 '인공지능(AI) 깐부'를 맺었다. 세 사람은 몰려든 시민에게 치킨을 나눠주는가 하면, 직접 사인을 해주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30일 오후 7시 21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깐부치킨' 매장 앞에는 수백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황 CEO와 이 회장, 정 회장의 모습을 보려는 이들이었다.
황 CEO는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가죽 재킷을, 정 회장은 후드티와 회색 패딩의 편안한 차림이었다. 약 5분 뒤 흰색 긴팔 티셔츠의 가벼운 옷차림을 한 이 회장도 식당으로 들어섰다.
황 CEO는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와 한국은 발표할 내용이 많고, 이곳에는 훌륭한 파트너들이 있다"며 "내일 우리가 함께 진행 중인 훌륭한 소식과 여러 프로젝트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깐부' 뜻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한다. 특히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회장 일행은 길거리 쪽 가게 통유리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황 CEO는 딸 매디슨 황이 준비한 일본 술 하쿠슈 25년산 2병에 직접 사인을 한 뒤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전달했다. 하쿠슈 25년산은 시중가가 7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황 CEO는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수퍼컴퓨터 'DGX 스파크' 신제품도 1개씩 선물했다.
이들은 치즈볼과 치즈스틱, 순살과 뼈 치킨 한 마리씩을 주문했다. 이른바 '테슬라'로 불리는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도 함께 나왔다. 황 CEO가 옆 테이블의 '소맥' 타워에 관심을 보이자 이 회장이 '소맥'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곧이어 황 CEO는 몰려든 취재진, 시민들과 인사하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시민들과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직접 큰 박스를 들고 김밥, 바나나우유 등 미리 준비해 온 선물을 나눠줬다. 그 사이 이 회장이 "'치맥' 먹는 거 한 10년 만인 거 같아요"라고 하자, 정 회장은 "난 자주 먹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을 찾아온 시민들에게 기념 사인도 해줬다. 특히 '이예준'이라는 이름의 어린이에게 사인을 해줄 때 이 회장은 '예준이 효자 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정 회장은 사인만 남겼다. 황 CEO는 자신을 찾아온 어린이의 티셔츠에 큰 글씨로 사인을 해줬다. 결혼식 청첩장에 황 CEO 사인을 받아 간 시민도 있었다.
황 CEO는 이 회장, 정 회장에게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황 CEO가 시민들에게 이 회장, 정 회장이 같이 치킨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냐고 묻자, 옆에서 정 회장은 "우리 둘이 치킨 먹는 건 처음이다. 황 CEO 덕분에 이렇게 먹는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소맥'을 제안하자 황 CEO는 옆 테이블 시민들과 '치얼스'를 외치며 '원샷'으로 잔을 비우고는 '쏘 굿(So good)'을 연발했다. 세 사람은 1시간가량 이어진 자리를 파하기 전 서로의 팔을 걸고 러브샷까지 했다.
이날 술자리 계산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황 CEO는 가게 내부 손님들에게 "뉴스가 있다. 1차는 이들이 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오늘 내가 다 살게요"라고 했으나, 시민들은 '젠슨 황'을 연호했다.
이를 들은 황 CEO는 "이 친구들 돈 많다"라고 했고, 이 회장은 "많이 먹고 많이 드세요"라고, 정 회장은 "저는 2차 살게요"라고 말했다. 황 CEO는 "오늘 모두 공짜"라며 식당의 '골든벨'을 울렸다. 결국 200만원 상당 금액을 이 회장이 결제했다.
이 회장은 가게를 떠나며 "좋은 날 아니에요? 관세도 타결되고 살아 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거 먹고 한잔하는 게 그게 행복"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치맥 회동이 파한 후에도 세 사람의 '깐부 모먼트'는 이어졌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기념 행사 무대에 황 CEO와 함께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