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SK텔레콤은 사이버 침해 사고로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은 고객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올해 3분기 SK텔레콤의 당기순이익이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 실적 기준 23분기 만에 적자 전환됐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SK텔레콤 실적만 분류한 별도 기준으로는 103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됐다. 지난 4월 발생한 해킹 사고에 따른 대규모 보상과 과징금 부과 여파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0일 실적 발표 기업 설명회에서 "실적 부진으로 올해 3분기 현금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92% 급감했다고 30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해 1667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23% 감소한 3조9781억원으로 기록됐다.
증권가 전망치보다 영업이익은 높게 나왔지만, 매출액은 적게 나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3분기 영업이익을 연결 기준 107억원, 매출액을 3조9382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7.98%, 13.11% 급감한 수치다. 당기순손실 역시 증권가에서는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해 1367억원으로 전망했다.
계열사를 제외한 SK텔레콤의 실적만을 분류한 별도 기준으로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522억원, 당기순손실 206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8% 감소한 2조6647억원이었다.
3분기 실적 부진은 해킹 여파가 크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가입자 2700만명의 유심 정보가 유출됐고, 통신 점유율 40% 선을 처음으로 내줬다. 특히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수습을 위한 고객 감사 패키지를 시행해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이 5380억원 차감됐다. 고객 감사 패키지는 8월 한 달 50% 요금 감면, 5개월간 50GB 데이터 제공, T멤버십 제휴사 할인을 아우른다. 회사는 6개월 내 재가입 고객의 가입 연수 및 멤버십 등급 복원 제도도 도입했다. 여기에 해킹 사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1348억원 규모 과징금이 3분기에 일시 반영되며 부담이 가중됐다.
다만 3분기 유무선 통신 사업은 전 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였다. 5G 가입자는 1726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약 24만명 증가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순증으로 전환됐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판교 데이터센터 인수 효과와 그래픽저장장치(GPU) 임차 지원 사업 수주로 1498억원의 매출을 냈다. AI 인프라·모델·전환(AIX) 사업 또한 55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배당을 언제할 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다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CFO는 "사이버 침해사고와 이에 따른 현금 흐름 영향 등을 고려해 4분기 배당 역시 이사회에서 신중히 판단할 예정"이라 했다.
이날 SK텔레콤은 AI 사업 전략도 밝혔다. SK텔레콤은 분산되어 있던 AI 역량을 'AI CIC(사내 독립 기업)'로 재편해 AI 중심 사업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회사는 지난 8월 말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추진 중인 울산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을 가졌고, 오픈AI와는 서남권 전용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I 서비스 에이닷은 'A.X 4.0'과 'GPT-5'를 적용했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에이닷 비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아무도 신뢰하지 말고 계속 검증하라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보안 철학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정보보호혁신안'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SKT 김양섭 CFO는 "SK텔레콤은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AI 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단단한 회사로 나아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