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장 수요가 대폭 늘어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며 올 3분기(4~6월)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한 가운데, 차세대 격전지로 떠오른 6세대 HBM(HBM4)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는 'HBM 큰손'인 엔비디아가 요구한 성능 요건을 모두 만족시켜 가장 먼저 HBM4 공급 협상을 마무리해 올 4분기부터 본격 출하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HBM뿐만 아니라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물량도 사실상 '솔드아웃(완판)'이라고 밝히며,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초호황기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 내년 HBM 공급 물량 '완판'… 4분기도 최대 실적 경신 전망
SK하이닉스는 29일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1조3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약 39% 증가한 24조4489억원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고객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전반의 수요가 급증했다"며 "HBM3E(5세대 HBM) 12단과 서버향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판매 확대로 지난 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한 번 넘어섰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HBM4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현재 SK하이닉스 외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이 엔비디아와 HBM4 공급을 위한 품질 인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으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SK하이닉스는 경쟁사에 앞서 HBM4 물량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들과 내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했다"며 "지난 9월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힌 HBM4는 4분기부터 출하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반영되는 4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4분기에도 자사 D램과 낸드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한 자리수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상승 사이클의 시작은 9월 중순으로 3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본격적인 실적 반영은 4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며, 다시 한번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 내년에도 메모리 수요 증가… "초호황기 진입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 확대되면서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운호 IBK증권 연구원은 "오픈AI와 오라클, 엔비디아,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이 내년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있다"며 "AI 서버뿐만 아니라 일반 서버 증설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도 AI 시장에서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회사의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HBM뿐만 아니라 D램과 낸드플래시도 사실상 내년 물량이 완판됐다고 볼 수 있다"며 "D램 수요 성장률은 올해 10%대 후반에서 내년 20% 이상으로 확대되고, 낸드는 올해 10%대 중반에서 내년 10%대 후반으로 개선될 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10나노급 6세대(1c, 11~12㎚급) D램 생산 능력도 본격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c D램은 올해 양산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내년 본격적인 양산 물량 확대가 예상된다"며 "내년 말에는 D램 생산 능력의 절반을 1c D램 공정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1c D램 공정 전환을 가속해 서버와 모바일, 그래픽 등 D램 제품군을 갖추고, 공급을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