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T 이사회에서 KT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에 대해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계약 이행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되며, MS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불공정 계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KT는 지난해 6월 MS와 2조400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 계약을 통해 한국형 인공지능(AI)·클라우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계약에서 각사의 투자금 분담 비율과 MS의 의무사항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계약 조건의 불명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열린 KT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가 MS와 체결한 계약이 KT에 불리하다고 지적하며 김영섭 KT 사장에게 계약 세부사항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MS의 계약 의무사항이 모호하고, KT만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라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KT는 MS에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반면, MS는 KT에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을 비켜가도록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KT는 'MUST(해야한다)' 조항을, MS는 'BEST EFFORT(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계약서에는 'MS가 국내 클라우드 사업에서 사용하는 통신망 회선을 KT로 일원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식의 문구가 포함돼 있어 MS가 이행을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영섭 사장이 연임을 위해 글로벌 빅테크 회사와의 계약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KT는 오는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MS와의 협업을 통해 AI 사업에서만 누적 매출 4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MS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KT 주가도 순풍을 타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MS와 계약을 체결한 작년 6월 3일 KT 주가는 3만7250원이었지만, 역대 신고가를 기록한 지난 7월 15일 5만9200원으로 59%나 상승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KT가 MS와 불공정하게 체결한 계약 내용이 외부에 드러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공정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을 제한하거나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KT가 MS와 체결한 계약에서 MS의 의무가 모호하고 KT만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가 불공정 거래로 평가된다면, 이는 공정위의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특히 계약 조건에 차별적 요소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포함될 경우 공정위는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라고 했다.
KT 측은 "계약 조항이 'MUST'와 'BEST EFFORT'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양사의 상호 의무가 포함돼 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MS와의 계약 체결과 관련해 사내외 법무 검토를 마쳤고 계약 체결 전후로 이사회와도 충실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