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가 올해 3분기(7~9월) 인공지능(AI)과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용 고부가 부품 공급 확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AI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은 것처럼, 삼성전기의 핵심 수익원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차세대 반도체 기판(FC-BGA) 사업도 AI 서버용 주문이 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는 연결 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6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공시했다. 이는 상향 조정된 시장 컨센서스(2450억원)를 약 6% 상회하는 성적이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2조889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2198억원으로 전년보다 91%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2% 증가했다.

이번 호실적은 과거 스마트폰·PC 등 IT 기기에 집중됐던 수익 구조가 AI와 전장용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부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늘어난 1조3812억원을 기록했다. 산업∙전장 및 IT 등 전 응용처에 MLCC 공급이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보급 확대, AI 서버 및 네트워크 수요 증가로 고부가 제품 공급이 늘어났다.

삼성전기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산업·전장용 대형 고용량 MLCC 수요 증가로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AI 서버와 전장용 등 성장 분야 중심으로 선제적 공급 확대를 추진해 제품 믹스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판을 맡는 패키지 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한 59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빅테크 기업에 대면적·다층 서버용 FC-BGA 및 메모리용 BGA 등 공급을 확대해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전기 측은 "서버용에 더해 지난 2분기부터 AI 가속기용 기판을 본격 공급하며 올해 FC-BGA 매출이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다수 메이저 고객과 협업해 차세대 AI용 기판 신제품을 개발 중이고, 내년에도 신규 고객사에 공급을 늘려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 부문 매출은 9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전략 거래선의 고성능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비롯해 전천후 카메라 모듈, 하이브리드 렌즈 등 전장용 제품 공급이 늘어났지만, 해외 스마트폰 고객사의 주력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전 분기보다는 매출이 3% 줄었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전장용 부품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대상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고부가 제품의 승인 품목을 확대하고 신규 고객사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 이어 내년에도 AI 서버와 전장용 부품 수요는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기반 MLCC와 FC-BGA 수요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미 삼성전기 MLCC 라인이 풀가동 수준에 근접해 있는 만큼, 내년에는 AI용 MLCC가 공급 부족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가속기 업체들의 서버랙 구성이 복잡해지면서 MLCC 사용량이 더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에 힘입어 증권가에선 삼성전기의 내년 영업이익이 4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업황은 메모리 산업과 유사하게, 고부가 제품 수요가 급증하며 범용 제품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AI 수요 개선이 이어지면서 핵심 사업부인 패키지 및 컴포넌트 사업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