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7년 만의 대형 신작 '붉은사막' 출시일을 확정했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붉은사막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최근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펄어비스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코스닥 시장에서 펄어비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75% 내린 3만495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약 2조25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 4만3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7월 이후 내리막을 이어가며 3만4000원 안팎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같은 날 코스피는 4042.83으로 사상 첫 4000선을 돌파했고, 코스닥지수도 900선을 회복했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2018년 개발을 시작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2021년 4분기 출시 예고 이후 4년 넘게 연기됐다. 회사는 지난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출시일을 2026년 3월 19일로 확정하며 "더 이상 연기는 없다"고 밝혔다. 블랙스페이스 엔진 기반의 자체 기술력과 PC·콘솔 동시 출시 전략을 내세우면서 완성도 확보를 위한 최종 점검 단계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정하다. 투자자들은 "드디어 나온다"는 기대보다 "너무 늦었다"는 평가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반복된 일정 변경으로 신뢰가 약화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 8월 펄어비스가 붉은사막 출시를 2026년 1분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을 때 주가가 하루 만에 24% 급락했다. 출시 일정을 공식화한 뒤에도 시장의 기대감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신한투자증권은 펄어비스 목표주가를 4만5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하향하며 "신작 출시 지연과 불확실성으로 실적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조정이 단순히 일정 연기 때문이 아니라, 반복된 개발 코멘트로 인한 신뢰 손상과 투자자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로 보고 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붉은사막은 대형 신작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지만 수차례 연기된 탓에 투자자 신뢰가 약화됐다"며 "도깨비·플랜8 등 차기작까지 포함해 현금흐름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쿄게임쇼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콘텐츠 볼륨은 크고 잠재력도 크지만 조작감 개선 등 완성도 과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게임을 사전에 플레이 해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액션 연출과 그래픽 수준은 호평을 받았지만, 복잡한 조작 체계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상호작용조차 다섯 단계 이상 버튼을 눌러야 한다"며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의견이다. 반면 일부 이용자들은 익숙해지면 깊은 손맛을 느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펄어비스는 내년 초까지 인터페이스 개선과 콘솔 인증 과정을 병행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펄어비스의 실적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424억원으로 2019년(5389억원) 대비 36%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632억원, 영업손실은 170억원으로 적자 행진이다. 2023년부터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신작 마케팅 비용이 더해져 손실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은사막' 매출 감소와 인건비 부담, 신작 개발비 집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붉은사막 출시 이후 호평을 받을 경우 내년부터 반전 가능성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펄어비스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을 1100억원으로 전망하며 흑자전환을 예상한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6258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이 가능하다는 추정치가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언리얼엔진5 기반의 대형 오픈월드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화려한 그래픽으로 즐기는 방대한 세계라는 매력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지 미지수"라며 "펄어비스가 강조하는 화려한 연출과 높은 조작 난이도를 실제 이용자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