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몰던 중학생 2명이 인도를 지나던 30대 여성을 치는 사고가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는 지난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발생했다. 편의점에서 나오던 피해 여성은 여중생 2명이 탑승한 전동 킥보드가 2살 딸을 향해 돌진하자 몸으로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넘어지며 머리를 크게 다쳤으나 가까스로 의식을 찾았다. 경찰은 원동기 면허 없이 2인 탑승을 강행한 여중생들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반복되는 전동 킥보드 사고에 개인형 이동장치(PM) 업계가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고 원인이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에서 비롯된 만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 마련 논의는 정치권과 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려면 만 16세 이상부터 발급받을 수 있는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을 소지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유업체는 자사 앱에 관련 안내 문구만 띄울 뿐 별도 면허 인증 없이 전동 킥보드를 빌려주고 있다. 업체에 면허 확인 의무나 인증 누락에 따른 벌칙을 부과하는 등의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면허 인증 절차가 있는 앱이라도 면허 정보만 입력하면 대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청소년이 부모나 지인의 면허 정보를 빌려 등록한 뒤 무단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년~2024년) 발생한 PM 교통사고 건수는 7007건이며, 이 중 무면허 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3442건으로 집계돼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PM 교통사고 건수는 2022년 1127건, 2023년 1148건, 2024년 1167건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사고를 낸 무면허 운전자의 연령대는 15세 이하가 1388명으로 가장 많았고, 16∼19세 1318명, 20대 380명 등의 순이었다. 전동 킥보드 특성상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들이 손쉽게 이용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전용 면허 도입을 꾸준히 검토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2021년부터 PM 전용 면허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관련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론 수렴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면허 취득 방식을 두고, PM 업계와 경찰이 온라인 도입 여부와 실기 추가 필요성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관련 협의는 중단된 상태다.
아울러 각 지자체가 자체 규제를 마련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지난해 인천시는 공유 킥보드 최고 속도를 기존 시속 25km에서 20km로 내렸다. 또 미성년자 무면허 운행과 명의도용을 막기 위해 16세 이하는 인증을 의무화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불법 주차 시 강제 견인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조례를 제정해 지난해 5월부터 교차로·횡단보도·어린이 보호구역 등에 무단으로 방치된 전동 킥보드를 강제 수거하거나 견인 조치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중앙정부 차원의 통일된 규제 및 감독 제도 부재로 이용자 혼란과 관련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PM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미비한 제도와 규제 일변도 법체계 속에서 PM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식 방법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PM산업협회 회장(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은 "현재 PM 관련 법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취득을 전동 킥보드 운전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최고 속도를 하향 조정하고, 보도 주행 금지와 함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법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토부와 경찰청, 국회가 함께 움직여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