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언어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의 한국 이용자가 5년 사이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어질 것이란 전망에도 국내 외국어 학습 열기는 식지 않는 모습이다. 수험생과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영어 등의 학습 수요가 지속된 결과다.
듀오링고의 경우 영어능력 평가 시험(DET)을 인정하는 국내외 대학과 기관이 늘면서 시험 준비 관련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게임하듯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듀오링고의 학습 방식이 이용자 유입과 참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26일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듀오링고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335만7800만명으로 5년 전(21만3000명)과 비교해 약 15배 뛰었다. 국내 이용자는 최근 1년 사이 2.5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 듀오링고가 젊은층을 겨냥해 소셜미디어(SNS)에서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영향이 컸다.
듀오링고는 과테말라계 미국인 루이스 폰 안이 2009년 "누구나 무료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앱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설립했다. 올해 2분기 기준 듀오링고의 글로벌 사용자는 1억3000만명, 일간활성이용자수(DAU) 4800만명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 40%씩 증가했다. 앱은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8억건을 넘어섰다.
회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억5200만달러(약 3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84% 늘어난 4500만달러였다. 듀오링고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일 사용자와 유료 구독자 수 증가가 성장을 견인했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언어 학습 코스 제작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듀오링고는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노출하고, 더 많은 기능을 쓰려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프리미엄(freemium)' 사업 모델을 고수해왔다. 유료 구독자는 올해 2분기 109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듀오링고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영어와 일본어 학습 수요가 많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징어 게임'이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 학습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듀오링고는 언어 학습 과정에 게임 요소를 접목한 게임화(gamification) 전략으로 이용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게 특징이다. 이용자는 학습을 완료할 때마다 경험치(XP)를 획득하고, 누적된 XP에 따라 레벨이 올라간다. 학습 진행 상황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게임에서 레벨을 올리는 체계와 비슷해 학습 동기 부여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부터는 미니 게임 형식의 '듀오링고 어드벤처스'를 도입해 게임화 요소를 한층 강화했다. 이용자는 커피 주문하기, 장 보기, 영화관 가는 길 묻기 등 특정 상황의 과제를 해결하는 체험형 학습을 진행할 수 있다.
또 이용자는 주간 단위로 XP를 확보해 리그에 참가하고, 실력이 비슷한 이용자들과 순위 경쟁을 할 수 있다. 매일 학습할 수 있도록 연속 학습일수를 표시하고, 앱에 접속하지 않을 경우 듀오링고의 마스코트인 부엉이가 "일본어 공부할 시간입니다" "보고싶어요! 저를 위해 프랑스어 공부를 해주세요" 등 재치있는 알림을 보낸다.
듀오링고에서 이용자가 획득한 언어 점수가 대학 진학이나 취업, 승진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기능도 이용자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듀오링고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영어 시험인 DET는 현재 예일대, 스탠퍼드대 등 미국 상위 100여개 대학을 포함해 전 세계 6000여개 교육기관이 영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공식 시험으로 채택했다. 토플, 토익 등 기존 오프라인 시험 대비 저렴한 데다, 온라인으로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볼 수 있어 기존 공인 영어 능력 시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듀오링고 앱에서 학습해 얻은 언어 점수를 링크드인 프로필에 연동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듀오링고 관계자는 "듀오링고 앱에서 재미로 언어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앱 속 학습 성과가 실제 취업 시장에서 커리어 기회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기여할 것"이라며 "듀오링고가 객관적인 언어 능력 검증 기준으로서 공신력을 입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AI 시대를 맞아 듀오링고가 제공하는 언어 교육이 장기적으로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듀오링고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AI 퍼스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언어 학습 콘텐츠 제작에 AI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오픈AI의 GPT-4 기반 '듀오링고 맥스'를 출시했다. 대화형 AI 기반 언어 학습 기능으로 이용자 참여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언어 학습 외에도 최근 퍼즐 기반의 '듀오링고 체스'를 선보이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체스의 하루 이용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루이스 폰 안 듀오링고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빠른 시간 내 148개의 새로운 언어 코스를 출시했다"라며 "AI가 없었다면 이용자 대상으로 언어 학습 콘텐츠를 확장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